|
손자 손녀를 데리고 집사람과 함께 뒷산 수리산을 올랐다.
집사람이 ’이번에 애들 오면 데리고 슬기봉엘 올라가겠다’고 여러번 다짐을 하더니만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렀다.
애들도 선선히 따라나섰다.
지윤이는 ’갔다오면 좋아하는 선물을 사준다’는 할머니의 유혹에 빠졌을 것이다.
준형이는 슬기봉을 이미 여러번 올랐기에 별 걱정이 없었지만 지윤이는 나이도 어리지만
걷는 걸 싫어해서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내 몸이 요즘 신통찮아 혹시라도 업어달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약수터를 지나 돌뿌리가 울퉁불퉁 튀어나온 산길을 올라가는데 지윤이가 그만 넘어졌다.
깜짝 놀라 지윤이를 일으켜 세우면서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지윤이 대답이 걸작이었다.
"어차피 괜찮아요"
’어차피’라는 말에 집사람과 나는 한참을 웃었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았다’는 뜻이겠는데 자기 딴에는 문자(?)를 쓴다고 한 것일께다.
요즘 유치원과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똑 부러지게 말하는 품이 여간내기가 아니다.
그러고서 몇 발자욱을 더 걸었을까.
또 지윤이가 넘어졌다.
이번에도 일으켜 세우면서 ’괜찮으냐’고 물었다.
지윤이가 말했다.
"넘어져도 소용없어요"
’넘어져도 다치지 않았다’ 는 이야기일텐데 이번엔 버전version을 달리해서 말하는 지윤이다.
우리 둘은 또 한바탕 웃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윤이는 걷는 것 특히 산에 오르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넘어져 다치거나 피라도 좀 흘리면 안 올라갈 수도 있으련만
넘어졌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치지 않았으니 ’넘어져도 소용 없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렴 지윤이가 그토록 영악하지는 않겠지.
그러고는 한 참을 잘 오르는가 했더니 더 이상 못 가겠다고 버텼다.
하는 수 없이 집사람과 준형이는 계속해서 슬기봉으로 올라가고
나와 지윤이는 옆길로 해서 오거리쪽으로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지윤이와 오거리 전망대에서 낙엽 쌓인 숲길을 거닐고 있는데 지윤이가
"할아버지, 저 잎들을 가지고 새들이 집을 지어요."
지윤이가 가리키는 길섶에는 마른 솔잎 풀잎들이 푹신하게 깔려있었다.
하도 기특해서 칭찬 겸 말했다.
"어떻게 알았니?"
"내가 똑똑하잖아요"
"???...."
달고 맵고 짠 자극적인 요리가 입맛을 돋구고 있는 요즘 세상에
이런 천연조미료만 넣어 만든 요리가 구미에 맞을지 걱정이 됩니다만
다 웃자고 한 이야기니까 마음 열고 읽어주십시요.
우스워야 할 텐데 웃긴다고 여기실까봐 염려됩니다.
파안대소破顔大笑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살짝 미소微笑를 머금어만 주시면 행복합니다.
일소일소 일노일노 一笑一少 一怒一老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