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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朴峻亨)
2001년 9월 21일생,
우리집 첫 손자 준형이가 올해 초등학교엘 들어갔다.
공부는 곧잘 하는 모양인데 갈비뼈와 어깨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허약하게만 보인다.
거기에 입이 짧고 아직도 젓가락질이 익숙치 않아 밥 먹을 때마다 실랑이가 벌아진다.
어릴 땐 순둥이였는데 동생 지윤이를 낳고부터는 성격이 까탈스러워져 우리들을 걱정시키고 있다.
제집에서는 어린 동생에게 치받친다고 생각하는지 산본 할머니집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
산본 오면 할머니가 손녀보다는 손자를 끔찍히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서 산본에 오기를 좋아하는 거다.
오늘 준형이를 데리고 집뒤 수리산(슬기봉 : 452 m)을 올랐다.
집을 나설 때 할머니가 준형이 좀 데리고 가라고 할 때만 해도
’중간 어디 쯤에서 돌아와야 하겠지’ 하면서 떠났다.
아니나 다를까, 산 초입 약수터에 있는 의자를 보자 ’할아버지, 닌텐도 하고 싶어’하면서 닌텐도를 꺼내달란다.
’오늘 산행은 끝이구나’했다.
"준형아 !
좀 더 가면 좋은 자리가 있단다.
거기 가서 쉬자."
별 기대를 않고 말을 건넸는데 아무 말 않고 앞서 걸어갔다.
신통하고 기특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도 두어번 의자를 보면 쉬자고 했는데 그 때마다 좀 더 가서 쉬자고 하면
별 대꾸 없이 따랐다.
산 중턱부터는 다람쥐 걸음으로 내달리며 ’할아버지, 빨리 오세요.’를 연발했다.
요즘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러기도 했지만 준형이 걸음이 빨라 뒤 따르기가 힘 겨웠다.
수리산을 올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까지 치솟아 오르기만 하는, 쉽지 않은 산이다.
슬기봉 꼭대기를 오를 때는 준형이가 나 보다 약 50m는 앞섰다.
나는 땀으로 온 몸이 흠뻑 젖었는데 준형이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쏫을 정도.
뼈만 앙상해서 항상 걱정을 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손자가 대견하고 든든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흐뭇하던지.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지윤이를 데리고 산자락 성불사 근처에 와 있다고 했다.
"여보, 준형이가 슬기봉 꼭대기에 올랐다."
집사람이 좋아서 야단야단, 전화통에 불이 났다.
가장 이뻐하는 손자가 슬기봉을 올랐다니....
내가 이렇게 기쁜데 할머니야 어떻겠는가.
뛸듯이, 날듯이 기쁘겠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손자를 데리고 산을 올랐다.
약골이라 생각해서 걱정하던 손자를 데리고 말이다.
그런데 그 손자가 첫산행인데도 쉬지않고 지치지않고 물찬 제비처럼 한달음에 정상엘 올랐다.
이렇게도 이쁜 녀석 !
이렇게도 듬직한 녀석 !
준형아 !
건강하게 바르게 자라거라.>
아 !
오늘은 기쁜 날,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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