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적막한 가을의 황혼 무렵, 아주 넓고 광활한 황야에 행인 한 사람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풀숲 속에서 반짝이는 하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다가가 자세히 보니 이럴 수가.....
다름 아닌 사람의 해골이었다.
’이 해골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행인이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해골을 살펴보는데,
저 앞에서 짐승의 포효가 들리더니 호랑이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행인은 그제야 그 뼈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아차렸다.
그리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쳤다.
혼비백산한 행인은 결국 방향을 잃었고 절벽에서 길이 막히고 말았다.
그 순간 절벽에 자란 소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고, 봇짐 속의 밧줄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행인은 얼른 밧줄을 소나무에 묶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행인의 뒤를 쫓아 절벽에 도착한 호랑이는 무섭게 울부짖었다.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소나무와 밧줄 덕분에 죽음을 면하는구나.....’
감개무량하여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 절벽 아래를 내려다본 행인은 다시 한 번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발 아래는 성난 파도가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바다였던 것이다.
행인의 몸엔 식은땀이 흘렀다.
게다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은 쥐와 흰 쥐가 한 마리씩 다가와 번갈아 가며 밧줄의 매듭을 쏠기 시작했다.
행인은 밧줄을 흔들어 쥐를 쫓으려 했다.
하지만 쥐들은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나무 가지마저 곧 부러질 듯 ’빠지직....’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때 새빨간 열매가 행인의 눈에 들어왔다.
손을 뻗어 열매를 딴 행인은 곧바로 입 안에 집어넣었다.
’이렇게 달콤할 수가.....’
행인은 열매의 달콤함에 빠져 잠시나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잊을 수 있엇다.
그는 다시 손을 뻗어 두 번째 열매를 땄다.
앞의 고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어느 불쌍한 행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가?
그렇지 않다.
이 고사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 고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행인 :
행인은 바로 당신이다.
모든 인간은 절벽에 매달린 행인과 같은 상황을 겪는다.
황야 :
황야는 인간의 외로운 삶을 상징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삶의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행인이라면 자신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들판엔 따사로운 햇빛이 비추이고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겠지만,
그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계속 낭패만 겪는다면
당신은 이 고사에 나오는 그 무지한 행인이 될 수밖에 없다.
가을날의 황혼 :
가을날의 황혼은 인생의 외로움과 고독을 상징한다.
물론 당신에게는 가족과 친척, 친구도 있겠지만 그들이 당신의 마음을 백 퍼센트 이해해 줄 수는 없다.
안 되는 일은 많고 남들과 말도 잘 안 통하고, 날 이해해 주는 친구도 없다면
당신은 마음속에 쌓인 것을 털어놓을 길이 없다.
설사 부부라 해도 내 맘을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다.
해골 :
해골은 죽은 사람이 남긴 것이다.
인생 여정에서 당신은 친척, 가족, 친구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죽음은 슬픈 것이며, 해골만 봐도 당신은 마음이 아프다.
언젠가 당신도 이런 해골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호랑이 :
배고픈 호랑이는 죽음의 위협을 의미한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을뿐더러 당신도 언제 죽음의 호랑이와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칠지 모른다.
지금 이 사나운 호랑이가 당장 당신 앞으로 달려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용감히 앞으로 나가 죽을 힘을 다해 싸울 것인가?
아니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칠 것인가?
절벽 :
절벽은 막다른 골목을 의미한다.
만약 당신이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당신이 가는 모든 길은 결국 절벽으로 통할 것이다.
소나무 :
절벽에 있는 소나무는 돈, 재물, 명예, 지위를 의미한다.
때문에 당신은 그것이 삶의 목표라도 되는 양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밧줄 :
밧줄은 당신의 시간이다.
당신 스스로 생각하는 여생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밧줄의 길이도 달라진다.
20년이든, 30년이든, 혹은 40년이든 지금 그 밧줄은 당신이 머릿속에 그리는 길이만큼 늘어져 있다.
생각해 보라.
당신의 밧줄은 소나무의 어떤 가지에 매달려 있는가?
돈? 재물? 아니면 지위?
혹시 그 나뭇가지가 당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그 순간에 갑자기 부러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잊지마라.
당신이 무력할수록 , 또 당신이 몸부림칠수록 그 나뭇가지는 더 쉽게 부러진다.
쥐 :
밧줄을 갉아대는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을 의미한다.
그래서 낮과 밤이 바뀌듯 교대로 밧줄을 갉는 것이고 결국 당신의 밧줄은 끊길 것이다.
바다 :
나무가 부러지든, 밧줄이 끊어지든 당신은 성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로 빠지게 되어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바다.
그것이 바로 죽음이다.
열매 :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는 바로 당신을 유혹하는 욕망이다.
향락에 빠지다 보면, 또 욕망을 채우는 데 급급하다 보면 당신은 자신이 처한 위험한 상황을 쉽게 망각한다.
그렇다.
나뭇가지나 밧줄은 결국 끊어질 것이고, 당신은 열매를 손에 넣은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어차피 죽을 목숨, 왜 좀 더 즐기지 못하는가 ’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청쥔이 지음 <삼장법사처럼 인재를 경영하라>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