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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500년 쯤 전인 춘추시대 말기, 정鄭나라에 자산子産이라는 명재상이 있었다.
자산子産의 정치적 특징은 ’강剛’과 ’유柔’, 즉 강인함과 유연함의 조화다.
그는 강유剛柔의 조화를 통해 정나라를 아무 문제없이 평화롭게 다스렸다.
그의 정치 방법은 현대의 조직 운영 면에서 참고할 만한 점이 많다.
먼저 자산의 강경책을 보자.
정나라는 나라가 작아서, 큰나라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도 체질을 강화하여 국력을 기르는 일이 급선무였다.
자산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농촌의 진흥책을 강구하는 한편, 군사비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세금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과중된 세금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자산을 죽여라"고 외쳤으며, 온 나라에 원성이 자자했다.
비난의 소리가 거세게 타오르자, 중신들은 세금제도를 중단하도록 진언했지만 자산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희생되어도 상관없소.
’선행을 행하려면 끝까지 하라. 도중에 그만두면 그 전에 했던 선행도 소용없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소.
백성들의 비난을 듣는다고 해서 이제 와서 그만둘 수는 없소.
나는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오."
자산은 이렇게 말하고 자신의 뜻을 끝가지 밀어붙였다.
그후 몇 해가 지나 농촌의 진흥책이 자리를 잡아 농민의 생활도 안정되었다.
그러자 처음에 자산을 죽이라고 소리 지르던 백성들도 차츰 자산의 시책을 선정이라고 칭송했다.
이렇듯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킨 것은 ’강剛’에 속한다.
한편 회유책은 그의 교육정책에서 볼 수 있다.
정나라에는 옛날부터 각 지방에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향교’기 있었다.
그런데 향교는 점차 정부 시책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의 정치활동 거점으로 변질되었다.
자칫하면 반란으로 이어질 기세였다.
이를 우려한 측근들이 향교의 폐쇄를 진언하자 자산은 반대했다.
"그럴 필요 없소.
그들은 매일 밤, 일을 마치고 향교에 모여 우리의 정치를 비판하고 있소.
나는 그들의 의견을 참고로, 평판이 좋은 정책은 실행하고, 평판이 나쁜 정책은 개선하려고 하오.
그들은 내게 스승과 같다오.
물론 무력으로 그들의 입을 막을 수는 있소.
그러나 이는 강물을 막는 것과 같소.
강물을 막으면 점점 불어난 강물이 둑을 무너트리고 큰 홍수가 나서 많은 사상자를 낼 것이오.
일이 그 지경이 되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되오.
그러니 강물을 막기보다는 조금씩 물을 흘려보내 수로를 만드는 편이 현명하오.
백성들의 언론도 마찬가지요.
억지로 입을 막으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참고로 하는 것이 좋소."
이는 정치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보여 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자산子産은 강인함과 유연성을 조화롭게 구사한 정치가로, 명재상으로 칭송받았다.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세월이 흘러 자산이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렀을 때, 후임인 자대숙子大叔에게 충고했다.
"정치를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소.
하나는 강경책이고, 또 하나는 회유책이요.
보통은 강경책을 쓰는 것이 좋소.
이 두 가지는 불과 물로 볼 수 있소.
불의 성질은 사납고 보기만 해도 두렵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하려 하지 않소.
그래서 오히려 불로 인한 피해가 적소.
그러나 물의 성질은 약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다지 물을 두려워 하지 않소.
그래서 오히려 물로 인한 피해가 크다오.
회유책은 물과 같아서 언뜻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어렵소."
일반적으로 정치가는 인기나 평판을 의식하여 지나치게 유연한 자세로 국민에게 편중된 정책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의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자산은 이를 경계했다.
그러나 자대숙은 자산이 죽은 뒤, 강경책을 꺼려하고 오로지 관용으로 백성을 다스렸다.
그러자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고 좀도둑과 날치기가 설쳐댔다.
그때서야 그는 "처음부터 자산의 충고를 따라야 했는데...."라며 후회했다고 한다.
자산子産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강인함과 유연함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정치를 실현했다.
다시 말해, 밀 때는 확실히 밀고 당길 때는 당길 줄 아는 것이 자산子産의 정치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모리야 히로시 지음 <중국 3천년의 인간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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