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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책을 떳떳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때로는 필요하다.
전국시대에 활약한 세객들은 이 방법을 생활의 지혜로 받아들였다.
그러한 세객들 중에서도 술수에 능한 장의張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젊었을 때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초나라의 회왕을 만나 유세활동을 펼쳤을 때의 일이다.
회왕은 여색에 빠져 있었는데, 그 무렵 남후와 정수라는 미녀들을 총애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안 장의는 회왕을 찾아갔다.
"폐하께서 저를 등용하실 생각이 없으신 것 같으니, 저는 이제 그만 물러나서 진나라로 갈 생각입니다."
"마음대로 하시오."
"혹시 진나라에서 필요한 게 없으신지요."
"우리나라엔 금은보화, 꼬뿔소, 코끼리 등 없는 게 없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소."
"그럼 미인도 필요 없으시다는 말씀이십니까?"
"음. 글쎄."
"진나라 미인들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긴 우리나라는 미인이 드물긴 하오.
진나라의 미인들을 한 번 만나보고 싶소."
회왕은 미인이라면 꼼짝 못한다.
곧장 장의에게 자금을 주며 미인을 데려오라고 부탁했다.
남후와 정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초조해졌다.
진나라의 미인을 데려온다면 더 이상 왕의 총애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남후는 당장 장의에게 사람을 보냈다.
"듣자하니 진나라로 가신다기에 금 천 근을 보냅니다.
부디 노잣돈으로 써주십시오."
정수도 성의의 표시라며 금 5백 근을 보내왔다.
장의는 노잣돈을 두둑이 챙겨 넣고 다시 회왕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각 나라에서 외인들의 왕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언제 다시 뵐지 알 수 없습니다.
하오니 이별의 술잔이라도 내려 주시옵소서."
"좋소."
회왕은 술을 대접했다.
장의는 적당한 때를 노려 이야기를 꺼냈다.
"둘이서 마시자니 좀 적적합니다.
아무나 마음에 드시는 분을 불러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구려."
회왕은 남후와 정수를 불러 술을 따르도록 시켰다.
그러나 장의는 정색을 하며 사죄를 드렸다.
"죄송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은 처음 뵙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미인을 데려오겠다고 했으니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허허. 아니오. 실은 짐도 천하에 이들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소."
이렇게 해서 장의는 밑천도 들이지 않고 많은 금을 얻었다.
게다가 회왕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두 애첩의 불안도 해소해 줬다.
이 얼마나 멋진 술책인가.
장의는 훗날 외교교섭을 할 때도 멋진 술책으로 상대를 설득하여 능력 있는 책사로 명성을 떨쳤다.
장의는 인간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술책을 구사했다.
술책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려면 깊은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이는 또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조건이다.
모리야 히로시 지음 <중국 3천년의 인간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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