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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전(王翦)은 진왕(秦王) 정(政)을 도와 전국시대의 여섯 나라를 병합하여 통일함으로써 그를 진시황으로 만든 명장이다. 그는 매우 신중하고도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진왕이 노장 왕전과 젊은 장수 이신(李信)을 불렀다. 진왕이 먼저 이신에게 물었다.
“내가 형(荊)나라를 치려 하는데 얼마의 병사면 가능하겠소?”
“20만이면 충분하옵니다.”
진왕이 왕전에게 묻자 그는,
“60만이 아니고서는 어렵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진왕이 껄껄 웃었다.
“왕 장군도 이제는 늙으셨소그려. 조그만 나라를 복속시키는 일을 무에 그리 겁낸단 말이오?”
진왕은 곧 이신에게 군사 20만을 주어 형나라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이신은 처음에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뒤에는 크게 패하였다.
진왕은 왕전의 집까지 직접 거동하여 사과하였다.
“과인이 장군의 계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패하고 말았소그려. 지금 형나라 군대가 서쪽으로 진격해 온다고 하오. 장군이 도와주셔야겠소.”
왕전은 짐짓 거절하였다.
“노신은 늙고 병든 데다가 정신까지 혼미합니다. 다른 장수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나에게는 왕 장군 말고는 대안이 없소.”
“대왕께서 부디 저를 장수로 쓰시려면 반드시 60만군을 주셔야만 합니다.”
“장군의 뜻에 따르겠소.”
이에 왕전은 60만대군을 거느리고 출발하게 되었다.
진왕은 전장으로 떠나는 왕전을 몸소 배웅하였는데 왕전은 그 자리에서 말하였다.
“만일 제가 승전하고 돌아오면 저에게 좋은 집과 토지를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진왕이 웃으며 대답하였다.
“장군은 어서 떠나시오. 대국의 장수가 어찌 가난을 걱정한단 말이오?”
왕전이 공손하게 읍하고 아뢰었다.
“제가 대왕의 장수가 되어 적지 않은 공을 세웠지만 아직 봉후(封侯)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대왕께서 저를 신임하시는 이때 전답 등을 받아 자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진왕은 껄껄 웃으며 승낙하였다. 그런데 왕전은 그 뒤로도 다섯 차례나 왕에게 사람을 보내어 그 약속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왕전의 수하 장수가 말하였다.
“장군께서 임금께 보상받기를 청하는 것이 실로 심합니다.”
그러자 왕전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다. 왕은 남을 잘 믿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데 그가 지금 나라가 텅 빌 정도로 많은 사람을 뽑아 나에게 위임하였으니 그는 내가 딴 마음을 먹을까 봐 의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좋은 집과 토지를 청하여 내가 다른 뜻이 없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과연 진왕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왕전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고, 왕전은 마침내 형나라를 쳐서 이겼다.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김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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