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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구성원은 명분상 기본적으로는 평등합니다.
그런 평등 감각에서 이상한 평등 의식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평등 의식은 기업이 추구하는 기능주의와는 정반대의 작용을 합니다.
기능주의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당연히, ’사람이 좋으니까 원하는 부서에 보내주자’, ’무능하지만 가족이 있으니 목은 자르지 말자’라는
사고방식은 통용될 수 없습니다.
그런 기능주의와 전통적인 공동체의 평등 의식 간에 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멀리 내다보면, 결국 일본 사회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공동체의 논리가 기능주의를 이기고 말 것입니다.
관청, 특히 외무성이 그 전형적인 예입니다.
’외무성이란 부서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라는 근본적인 논의도 없이,
외무성에 들어간 직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부서가 되어버렸습니다.
외교를 통해 국익을 지키는 것보다는 외무부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이 우선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는 전쟁 중의 일본군과 비슷합니다.
군대의 무력에 의해서만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처구니없는 내부 분쟁이 국익을 갉아먹는 것입니다.
전쟁 중에 일본 해군과 육군은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과 전쟁을 하고 말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써먹을 비행기가 거의 다 떨어졌는데도 육군과 해군이 항공 예산을 반반씩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 시절에도, 지금 각 정부 부처가 서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듯이, 몸을 부딪히며 싸웠다고 합니다.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 앞에서는 국가와 국민의 안녕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건 지금에 시작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대 사회는 큰 테두리의 공동체는 무너지고,
보다 작은 단위의 공동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 공동체는 닫힌 사회이기에, 다른 공동체에서 보면, ’하는 짓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 ’상식’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그런 상식을 잃어버린 것일까요?
그것은 이 사회에 무수히 존재하는 작은 공동체들이 자신의 논리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또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작은 단위의 공동체 사이에 상식이 존재하지 않고,
작은 공동체가 각기 자신들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그 이익만을 추구하는 나라는 결국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보의 벽 / 요로 다케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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