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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라를 떠난 오기는, 위나라 왕 문후가 인재를 모으고 있음을 알고, 왕에게 위나라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청원했다. 문후는 오기가 어떤 인물이냐고 재상 이극에게 물었다.
“오기는 탐욕스럽고 호색가이지만, 용병의 교묘함은 사마양저(제나라의 명장)도 따를 수 없습니다.”
문후는 오기를 장군으로 임명하였다. 과연 용병의 명수인 오기는 진나라를 공격하여 다섯 개 성을 함락시켰다. 오기는 늘 가장 낮은 병사와 똑 같은 옷을 입고 똑 같은 음식을 먹었다. 잘 때도 자릴 깔지 않았으며, 행군할 때도 마차에 타지 않았다. 자기 식량은 자기가 직접 가지고 다녔다.
어느 날이었다. 병사 한 명이 종기가 나서 괴로워하자, 오기는 종기에 입을 대고 고름을 빨아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땅을 치며 통곡했다. 이웃사람이 괴이하게 생각하여 물었다.
“당신의 아들은 일개 병사에 지나지 않는데, 장군이 직접 고름을 빨아 주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우는 것입니까?”
이 말에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작년에 오기 장군께서 그 애 아버지의 종기 고름을 빨아주셨습니다. 그 후 전쟁에 나간 그이는 오기 장군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끝까지 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고 싸우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의 종기를 빨아주셨습니다. 이제 그 애의 운명은 뻔한 것입니다. 어찌 제가 슬프지 않겠습니까.”
오기는 용병술이 뛰어나고 공평무사하며 병사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문후는 오기를 서하 지방의 태수에 임명하고, 진나라 및 한나라와의 국경 지배를 수비하도록 하였다. 위나라 문후가 죽고 아들 무후가 즉위한 후에도 오기는 계속 위나라에 봉사했다.
어느 날 무후가 오기와 함께 서하西河에서 배를 탔다. 배를 타고 오면서 강가의 경치를 바라보던 무후는 오기에게 말했다.
“정말 훌륭하지 않소. 이 요새야말로 우리나라의 보배요.”
오기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나라의 보배란 험난한 지형地形이 아닙니다. 위정자의 덕이야말로 나라의 보배입니다.(在德不在險). 옛날 삼묘씨는 좌로 동정호, 우로 팽려호라는 기막힌 지형을 가졌지만 덕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禹임금에게 멸망당했습니다. 하나라 걸왕도 좌우 황하의 제수, 우의 태산과 화산, 남의 이궐, 북의 양장이라는 험한 지형의 혜택이 있었음에도 어진 정치를 베풀지 않았기 때문에 은나라에게 쫓겨났습니다.
그러므로 나라의 보배는 지형이 아니라 위정자의 덕임이 분명합니다. 만일 군주께서 덕으로 다스리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지금 배에 같이 타고 있는 이 사람도 나라를 떠날 것입니다.”
무후는 과연 옳은 말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기는 서하의 태수로 있으면서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 후 오기는 잔치를 벌이고 논공행상을 하도록 무후에게 진언하였다.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고급 요리를 주었고, 공이 없는 사람에게는 보잘 것 없는 요리를 주었다. 또 공로자의 가족들에게는 푸짐한 상품을 나눠 주고 전사자가 있는 집에는 매년 위로금을 전달하게 했다.
사기 / 사마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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