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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삶의여유 > Writing&Spe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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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991년12월 조회사 / 안양공장 | 박영하 | 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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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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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지내는 어느 친지는, 아들이 공부도 않고 말썽을 부려
"군대에 갔다 오면 좀 나아 지겠지"해서, 아들을 군에 입대시켰답니다.
3년 복무를 하고 돌아와 복학을 했는데....
이 친구는 지긋 지긋한 공부를 빨리 끝낼 요량으로, 학점따기 좋은 과목들로 많은 과목을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이 친구의 전공이 "시각미술"인가 하는 건데, 그런 쪽만 아니고 빨리 학점 따서 졸업할 생각으로 "산업미술"쪽에도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하루는 산업미술교수가 불러서 가니
"자네는 산업미술에 어떻게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는가?" 하고 물었답니다.
그래서 이 친구는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시각미술을 전공하는데, 졸업을 빨리 하고 싶습니다.
학점을 빨리 따서 졸업을 빨리 할려고 교수님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하고.
그랬더니 교수가 "자네 미술이 보통이 아니야. 내가 지금 8학점을 가지고 있는데 자네 능력 같으면 8학점 다 신청해도 주겠네. 출석 안 해도 주겠네."하더라는 것입니다.
교수가 학생을 잘 본건지, 작품을 제대로 본건지, 어떤건지는 몰라도 어쨌던 이렇게 학생을 격려했답니다.
그 이후 학생이 변했는데.....
아마 지방에 있는 대학을 다녔나 봅니다.
수요일은 수업이 없는 날이라, 항상 화요일 저녁에 서울 집에 와서는 목요일 아침에 내려 가곤 했는데, 언제 부턴가는 수요일 아침에 올라 와 저녁에 도로 내려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어머님이 "요즘 살맛 난다"고, "교수님께 감사드려야 하는데 아직 인사를 못드려 죄송스럽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를 생각해 봅시다.
처음에는 천장 쳐다보고 누워서, 보채고 울기만 하다가, 뒤집기도 하고 뒤집기가 끝나면, 네발로 기기도 하고 그것이 끝나면 일어서려고 애쓰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그나마도 한발자국을 옮기면 온 식구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라고 격려하고.....
그러면 어린 애는 사리판단력이 없을텐데도, 격려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여 걸으려고 애를 쓰고, 애를 쓰고 하다 보면 걷게 되고. 걷다 보면 뛰게도 되고.
잘난 사람이 빨리 걷는 것도 아니고 못난 사람이 늦게 걷는 것도 아니고.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다 이렇게 해서 걷기 시작했고 오늘까지 성장해 왔습니다.
주위의 격려와 관심속에서 자라왔고 살아 왔습니다.
우리 안양사업부에는 천여명의 식구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잘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좀 못한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스스로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테지만.
언젠가 제가 관리자들한테는 이야기했습니다만,
자기와 생각을 달리 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고, 잘못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나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하고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내가 옳고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우리가 앞으로 더불어 살아가는데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생각들을 뜯어 고쳐 하나로 묶기보다는,
그런 생각 하나 하나를 모으면, 10명이 모이면 10가지 방안이, 100명이 모이면 100가지 방법이 나오게 마련.
한가지 방법보다는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고 더 좋은 앞길을 열어 갈 수 있지않겠습니까?
우리 안양사업부가 모두 사업부장과 똑같은 생각만 한다면,한가지 방법밖에 없지만, 천명의 생각을 보태고 더하면 수많은 방안이 나옵니다.
나만 옳다고, 내 생각이 맞다고 혼자 고집하지말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웁시다.
사무직이나 관리직들은 해당이 되서 알고 계시겠지만 본사에 인재개발위원회가 있고 공장에 인재개발소위원회가 있습니다.
말이 쉬워 인재개발이고 인재육성이지, 우리 현실에서는 실천에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회장님의 2000년 신경영vision 달성을 위해 인재개발위원회를 설치하고 인재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재개발소위원회에서 인재육성토의를 하다 보면, 왕왕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무개는 고집불통이야
"그 친구는 부정적이야"
"그 친구 능력이 없어"
사실이 그렇기도 하지만, 더러는 선입견,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의껏 면담하고 최선을 다해 육성방안을 짜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애정과 관심은 커녕, 과거의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생각만 가지고 제껴 버린다든지 소홀히 하면 대상자 본인의 피해도 피해고 회사로서도 손실입니다.
또 공장소위원회의 면담위원들은 자신들에 대한 육성토의를
본사의 인재개발위원회에서 한다는 것을 명심한다면 소홀히 할 수 없고 해서도 않되겠습니다.
만약 본사의 면담위원들이 똑같이
"그 친구 반골이야"
"그 친구 대인관계가...."
"그 친구 옛날에 이런 잘못/실패가 있었어"
하고 간단히 초를 쳐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편견, 고정관념을 버리도록 노력하고 애정과 관심을 가지도록 합시다.
인간은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단점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장점이 무엇인지, 장점을 짚어 그것을 길러주고 키워주도록 합시다.
우리 안양공장 천여명 식구들이 각자 작은 능력이나마 버리지않고 헛되지 않게 해서, 합쳐보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그저께 회장님께서 안양공장을 다녀 가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LG의 사업장이 있는 전국을 순회하시면서 2000년대를 맞을 회장님의 구상, 포부, 의지를 열정적으로 밝히고 계십니다.
그 일환으로 안양지역을 방문하셨는데 영광스럽게도 우리 안양공장이 그 장소가 되었고 우리 안양사업부가 주체가 되어 회장님을 모셨습니다.
회장님 특강시간에 직접 참석한 사람들도 계시겠습니다만
회장님을 뫼신 자리에서 육성으로 듣는 행운을 우리는 누렸고 거기에 참석하신 분들은 상당히 감명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강연이 끝난 후, 소감문을 작성해 회장님께 보내 드렸는데
그 중에 한편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소감문
.......................
......................
_중략_
......................
우리 주변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이런 작은 일들이
결국 VISION 실현의 커다란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에 이르자
저도 모르게 불끈 용기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동안 무심하게 하던 일들이 하나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것들로
인식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상스럽게 마음이 바빠짐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이같이 평범하면서도 귀중한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제 욕심 때문일 것입니다.
변하자! 마음도, 행동도, 더 이상 늦기전에 "
이런 내용인데, 여러분들도 들어 보셨지만 우리들 주변의 이야기이고 우리들도 함께 느끼는 이야기 입니다.
이 분이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이렇게 좋은 표현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 회장님을 맞기 위해 여러분들이 애쓰신데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회장님께서 오시기도 했고, 또 우리가 내년부터 시작하는 CPM운동에 대비해서 꾸준하게 노력해 온 결과로 우리 안양공장은 안밖으로 상당히 깨끗합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물론이지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정리, 정돈, 청소, 청결을 하느라 애를 썼는데 유지가 않되면 이것은 정말 낭비고,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않되겠습니다.
어떤 사원이 이런 이야기한다고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먼지가 많이 나서 집에가서 양말을 벗으면 때가 지지않았는데 요즘은 옛날같이 더럽지 않아 좋다고.
간단한 것 같지만 커다란 환경의 변화입니다.
먼지 않나고 청결한 공장에서 생활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합시다.
며칠전에 여러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셨겠지만,
새로운 대의원으로 구성된 첫 정기 대의원대회가 군포공장에서 열렸습니다.
조합은 대의원대회를 이틀간으로 요청했고 회사측은 받아들였습니다.
선례도 이틀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하루였는데 그것이 어느 시절부터인가 이틀로 되었습니다.
내용이 어렵고 복잡할 때에는 밤 늦게 까지도 했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여러가지로 어려운 사정이 있어, 이틀을 넘기게 되었는데 넘기는 과정에서, 회사는 3일 연속은 어려우니, 다음으로 날짜를 잡아서 연기하자고 조합에 통보하였습니다.
지금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우리나라 사정은 상당히 어렵고
우리회사라고 특별하지 않아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금은 연말입니다.
모두가 연말 마무리에 매달려 있습니다.
조합이 대의원대회를 하는데 회사가 무심할 수 없고 3일 연속하는 것은 경영마비를 초래하니 다음에 날짜를 잡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합에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조합은, 회사가 허용하지 않으면 월차휴가를 내서 밖에서 하겠다며 밀어 붙였습니다.
밤 12시쯤 회사는, 합의해서 연기하면 좋겠지만, 조합이 밀어 붙여 회사밖에서 대의원대회가 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3일간으로 회사가 한발 양보했습니다.
솔직한 얘기로 체면을 구겼습니다.
회사가 졌다고 그럴 수도 있고 회사가 이해와 양보를 했다고 할수도 있는데, 어쨌던 꼭 해야한다면 회사 안에서 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밤 12시반에 위원장에게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보니까 그대로 노동복지회관에 가서 하는 걸로 밀어붙이고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아쉬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떻던 회사가 동의안하더라도 회사안에서 해야하는데, 회사가 허용하는 마당에 밖에서 하다니.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해 볼 일입니다.
12월입니다. 여러분!
12월6일이면 금년도 다 갔습니다.
금년이 다 가는데, 목표달성 안됩니다.
많은 회사 임원들, 소리없이 옷벗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그룹, 우리회사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냉정한 현실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소리없이 물러나고 있습니다.
수출이 안됩니다.
수출이 안되면 우리나라 경제 돌아가지 않습니다.
어떤 사업부는 지금 수출이 급감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눈으로 보고 있을 것입니다.
내년은 금년보다 더 어렵습니다.
이런 때,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벼랑끝으로 몰아 간다고 해서 무슨 이익이, 도움이 됩니까?
여러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회사가 있어야 조합이 있습니다.
회사의 발전과 안정이 있어야지, 발전과 안정이 해쳐지면 회사의 앞날이 어렵습니다.
불을 보듯 뻔합니다.
물론 많은 사원들은 애사심이 투철하고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는 건전하고 합리적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만, 각자가 생각이나 방법이 다를 뿐 회사를 위하는 마음은 같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제가 모두 똑같이 생각하자고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회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회사의 발전이 있어야 자기의 발전도 있고 회사가 안정되어야 우리의 가정도 안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던
또 어떤 상황에 처하던 회사를 생각합시다.
빗방울이 모여 시내가 되고 시내가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이 합쳐 바다를 이룹니다.
빗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빗방울이니까. 나는 힘이 없겠지."하는 사람들.
단 한표 밖에 없는 사람들.
한표가 모여 전체의 결과가 나옵니다.
어쩌면 한표가 회사를 더 사랑하고 더 큰 일을 해낼 수도 있습니다.
강물이, 바닷물이 명분에 얽매여 있거나, 용기와 소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을 때, 빗방울들이 그냥 체념하지 말고, 강물에게, 바닷물에게 빗방울들의 소리를, 생각을 전해야 합니다.
상당히 걱정되고 우려되는 작금의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각자가 나름대로 어떤 소신과 판단이 있어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회사라는 것을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이 중에는 자기가 있고서야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테지만, 지금 회사는 여러분들의 사랑, 애사심을 가장 필요로 합니다.
12월, 금년 한해가 다 가는 이 아침에 여러분들과 함께, 회사에 대한 사랑을 새겨 보면서, 조회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1991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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