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60산우회 2009년 첫산행에 나갔다.
행선지가 마침 옛날 우리가 다니던 공대 뒤 불암산이어서 의미가 있기도 했다.
산을 내려오면서 우진이, 기웅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대전 육군통신학교 시절 이야기가 뜬구름 없이 나왔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 일이다.
1964년 2월에 소위 임관을 하고 4월에 소집이 되어 대전 육군통신학교에 입교를 했다.
우리 전기과 출신들은 대부분 통신병과로 분류되어 육군통신학교에서 3개월간 소집교육을 받고는
상당수가 교관요원으로 차출되어 전방구경도 못하고(?) 따분하게 2년간을 대전에서 썩었다(?).
말이 군대지 도청옆 대흥동에서 하숙을 하며 출퇴근을 했으니 군기라고는 몸에 밸 시간도 기회도 없어,
그야말로 기합 빠진 합바지 군대 생활이었다.
밤이면 술이 거나해서 역앞 중동 근처를 배회했고 휴일이면 계룡산 동학사 갑사를 헤매고 다녔다.
그당시 3관구인지 5관구인지 사령부가 대전에 있었고 채명신소장인가 중장이 사령관이었다.
인동이 고향이고 대전고를 나온 한 친구는 저녁에 술 한 잔하고 기염을 떨치다가
사령부 헌병실로 정중하게 모셔지기도 했다.
언젠가는 망년회 - 그때는 송년회라 그러지 않고 망년회라고 했다 - 한다고 아가씨들이랑
부강 약수터로 놀러가서 밤을 꼬박 세우기도 했다.
캄캄한 밤길을 걷는데 계곡인가, 개울이 나타났고 징검다리 바위를 건너다가 내가 미끌어졌다.
손으로 바위를 짚었으면 별탈이 없었으련만 미련하게도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놓지지 않으려다가
그만 꽈당 넘어져 귀밑이 찍히고 찢어져 상처가 났던 기억이 난다.
하숙집옆에 <동그랑땡>을 하는 술집이 있었다.
아마도 드럼통을 가운데 두고 둘러 앉아 마셨던 것같다.
당시 신성일 / 엄앵란 주연의 <맨발의 청춘>이 크게 히트를 했고 따라서 영화주재가도 대단히 유행을 했었다.
정우진 소위는 술만 마시면 <맨발의 청춘>을 불러서 지금도 별명이 <맨발>이다.
정소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가 정소위 때문이다.
어제 대전시절 이야기하면서 그때 정소위가 대전에서 낭자하게 놀던 이야기를 쓰주마고
약속 아닌 협박을 했었는데 지금 막상 쓰려니 차마 그대로는 못쓰겠다.
부인이야 <우리 남편이 그렇게 활량일 때도 있었나> 하고 그래도 귀엽게 봐 주실런지 모르겠지만
아들 며느리가 알면 난감하고 난처할 것도 같고 해서...............
정소위 !
그냥 넘어 간다.
나는 그때 맘보 소위였다.
군복 바지를 맘보바지로 줄여 만들어 입고 다니기도 했지만 사람도 기생오라비 뺨치게 날라리로 놀았다.
대학 다닐 때도 착실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군에 가서도 정신을 차리지 않고 건들거렸다.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는 이광연교수, 옥공윤박사와는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2년을 꼬박 함께 다녔다.
전공도 전기공학을 같이했고 대전에서는 한집에서 한방에서 하숙을 같이 했다.
이렇게 어울렸으면 물이 들어도 들었을텐데 이친구들은 한 눈 팔지 않고 초지일관 일구월심 책만 들여다 보고 있더니만
미국 가서 대성했다.
대단한 친구들이다.
우리가 ROTC 2기이니 이 제도 시행 초창기다.
2년 복무후 일시에 수십 수백 수천명이 사병도 아니고 장교가 한 조직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인사상 큰 혼란이 예상되어 장기복무할 것을 권장했다.
당시 통신학교 교장이 심상웅장군이었는데 헤비급 권투선수를 방불케 하는 체격의 소유자였다.
떡대같은 장군이 소위 한 사람씩을 자기방으로 불러 무릎앞에 앉혀 놓고 장기복무 하라고 설득을 했다.
말이 설득이지.....................
그래선지 학술학부에 있던 1기 이의건 선배는 장기복무를 하여 스타가 됐고 통신감까지 하고서는 예편을 하였다.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뒷산에 나타나고 부터는 ROTC장교도 중위 대위로 예편했지만
우리 1 ~ 2기는 만년 소위들이다.
1966년 4월 30일 예편을 하고 다음날로 금성전선 안양공장에 출근을 했다.
통신학교에 같이 있던 이용경소위는 집이 안양이었다.
아버님이 안양에서 삼성의원을 개업하고 계셨다.
그는 미국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어회화를 배운답시고 안양 석수동 미군부대에 있는 미군을 불러내서 우리는 어울려 다녔다.
그런 인연으로 지금 나는 이용경의원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말만 후원회장이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참, 이의원 !
요즘 TV 를 보다하니 자네가 자주 나오더라.
원내대표 맡아 바쁘제?
어제 산에서 친구들이 자네 얼굴 좀 보여달라더라.
언제 한 번 나올레?
다람쥐(?), 맨발, 로베로(장군?), 벌춰(독수린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