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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무렵이다.
내가 금성전선 구미공장을 맡고 있을 때다.
구미에는 LG그룹 공장들이 많았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구미에 있는 큰 공장 절반 가까이가 LG그룹사 공장들이었다.
위세(?)가 대단했다.
큰 음식점에는 LG그룹이 사용하는 방이 따로 있을 정도였고 TV 등 전자제품도 LG제품을 비치해 놨었다.
시켜서 했다기 보다 알아서들 그랬다. 큰 손님이었으니까.
구미지역 임원들 모임이 있었다.
구미 LG클럽이다.
회장은 당연히 금성사 몫이었고 김선동상무가 회장을 맡고 있었다.
구미에 꼭 2년을 살았는데 얼마나 즐거웠고 재미가 있었으면 내가 서울로 올라올 때
나중에 은퇴하면 구미로 내려와 살겠다고 그랬을까.
내가 구미에 정이 든 이유가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김선동을 만난 것이다.
김선동은 악동이다.
골프를 쳐도 내기를 걸어야 재미 있어 하는 사람이다.
내기를 걸지 않으면 시컨둥해 치다가도 내기만 걸면 사람이 달라진다.
나는 내기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뭐에 홀린 것처럼 붙들려 제법 많은 재산을 그에게 헌납했다.
닮은 데라고는 한 곳도 없는 우리 둘은 이상케도 죽이 맞아 2년동안 재미있게 어울렸다.
내가 서울 본사로 올라오고는 한 동안 뜸했었는데 1996년 내가 LG기공 사장으로 전출되었다.
그때의 LG기공이라는 회사는 사업이 한정되어 있었고 그룹내에서도 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 둘 사업을 찾아 넓히고 있던 중에 당시 LCD사업이 크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LG그룹도 LG-LCD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거다 ! 하고 뛰어들었는데 그 가운데 김선동이 우뚝 서 있었다.
내가 찾아갔는지, 그가 나에게 기회를 줬는지 기억에 없다.
그렇게 시작하여 LG-LCD 구미공장 / 파주공장 / 중국 남경 공장 모두를
미국 Johnson Controls와 함께 시공을 했다.
이를 통해 LG기공은 기술과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사세가 오늘에 이르렀다.
2001년 년초엔가 LG-LCD 손동주 상무에게 새해인사겸 전화를 걸었다.
우리 회사를 여러모로 도와 주던 고마운 사람이다.
"손상무,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주소."
"사장님, 임원들과 잘 협조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요.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뭡니까?"
"김선동사장님(LG-NIKKO사장으로 갔음) 잘 부탁합니다.
가끔 골프도 함께 치시고.........
그것뿐입니다."
이런 후배를 가진 김선동사장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서로가 은퇴를 하고 칩거를 하다 보니 만나본 지가 오래다.
시골에 과수원인가, 농장을 갖고 서울에서 오가며 소일한다고 했는데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김사장 !
옛날 골프 치며 내게서 갖고 간 돈, LCD공장 공사로 되돌려주느라 애 썼소.
감사하오.
당신은 나의 구세주였소.
(김선동을 생각다 보니 김일성도 생각 나고 장세문도 생각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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