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l  sitemap  l 
   
   가족공간
   우리부부
   황재숙
   어머님 & 아버님
   누님들과함께한행복
   준형 지윤 준서
   반구정 ~ 방의동
   준형이네
   준서네
 
   우리부부
HOME > 가족공간 > 우리부부 
   
9130.  내 결혼 이야기 | 박영하 | 출처 : - 2009-06-16
 

이번 울산 성묘를 다녀오면서 부산 누님댁에서 옛날 사진 한 묶음을 받아왔다.

1972년 영등포 당산동 한강변 외기노조아파트에 살던 시절,

동준이가 태어나던 해에 찍은 사진들이었다.

사진은 빛이 바래 노랗게 희미하지만 내 기억은 눈에 선하다.

가구는 커녕 부엌에 찬장도 없이 부뚜막에 사과궤짝을 놓고 살던 시절.

누님께서 올라와 보시고는 그길로 나가서 찬장을 사오셨다.


길고 어려웠던 내 결혼 이야기를 읊어보자.


안양공장에 근무하던 시절, 경리과 친구(집사람 외사촌 형부)가 처제를 소개 해줘서 선을 봤다.

광화문 덕수제과 2층.

남동생과 함께 나왔었는데 첫 인상은 별로였다.

며칠후 남동생이 전화를 해왔다, 누나의 뜻을.

둘은 만났다.

명동 훈목다방에서.

운명적인 만남의 시작이었다.


곧 여름이 되고 예천을 방문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른들께 선을 보이고 결혼승락을 받아야했었기에.

김천에서 기차를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예천으로 들어가는데 비포장도로라서 먼지가 어떻게나 나던지.

버스를 내려서는 이발소부터 먼저 들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해야만 했다.

썩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고 뭔가 좀 찜찜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냉대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떠나올 때, 꼬마 처남들에게 종합선물세트를 사줬는데 그것도 뇌물이라서였는지, 아니면 정말 나를 좋아해서였는지,

꼬마 처남들이 엄마(후에 장모님)한테 ’저 사람, 자형 했으면 좋겠다’고 간청을 했다고 (나중에) 들었다.


그러든 언젠가 부터 서서히 반대가 심해졌고

다른 곳 여기저기로 선을 보인다고 했다.

선을 보는 쪽은 고등고시 합격을 한 친구도 있었고 의과대학을 나온 의사도 있었으니...

몸은 비쩍 마른데다 다리는 꼬챙이 처럼 가늘기만 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가난한 회사 사원 나부랭이 였으니

내가 부모였어도 반대할만 했겠다.

 

대학 졸업식날이었다.

졸업식장에 가긴 갔지만 끼지를 못하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방심한 틈을 놓지지 않고 둘은 몰래 도망을 쳤다.

택시를 잡아 타고 무작정 온양으로 내뺐다.

돈이 없어 하룬가 이틀밖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 후로는 서울에 있으면 또 만날까봐 예천에 붙들어 놓고 여기저기 선을 보이고 있던 중

어느 날 사촌처제 경순이와 허영도(나중에 두사람은 부부가 되었다)가

삼선교로 넘어가는 석축石築속 술집 석굴암으로 나를 불러 술 한잔 하면서 위로를 했고 나는 울분을 토했다.

다음날 경순 처제가 예천으로 내려갔다.

둘은 모두가 잠 든 새벽에 집을 나서 서울로 올라왔다.


나는 안양공장에 근무하고 있었다.

반대가 심하고 만나지를 못하게 하니까 우리는 우리들 데로 극단으로 치달았다.

앞뒤 생각 않고 수원 어느 한적한 변두리에 조그만 방을 세 들어 무작정 살았다.

세간은 커녕 아무 것도 없이.

누가 미행하지 않나 하고 뒤를 흘끔거리면서 퇴근을 하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숨어 한 두어달 살았을까.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빈방에서 오붓하게 끓여 먹던 닭백숙 맛,

일품이었다.

꿀맛이었다.


간난과 시련,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결혼을 했다.

식은 올렸지만 괘심죄는 풀리지 않았다.(오랫 동안, 아주 오랫 동안)

그러던 중 신혼 3개월만에 나는 독일로 연수를 떠났고 1년반을 헤어져 살았다.

귀국해서 노량진에 삭월셋방에 들어 살다 이듬 해 당산동에 있던 외기노조아파트로 전세를 들어갔다.

여기서 동준이가 태어났고 그 무렵 누님이 서울로 올라와 우리가 사는  모양을 보시고

찬장을 들여놓아 주셨다.(측은하게 생각하셨을 것이다.)


이야기가 길 것만 같았는데

그래서 쓰기를 주저했는데

막상 쓰고 보니 짧다.

못 다한 이야길랑 마음에 묻어두고 간직하기로 하자.
















 

 
       
 
  박영하이야기   |  박영하   |  가족공간   |  삶의여유   |  즐거운인생   |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