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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1.  山과 人生(5) - 풍류를 즐길까, 열정을 불 태울까? | 박영하 | 출처 : - 2009-11-21
 

모처럼 뒷산 수리산을 올랐다 왔습니다.

집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지난 밤에 눈이 왔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었는데

산자락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눈들이 쌓여있었습니다.

꼭대기쯤 올라가니 소나무 가지마다 하얀 눈꽃들이 송이송이 피어있어 얼마나 정겹던지요.

지난 10월 말 안동으로 <역사와 문학 기행>을 가는 길에 충북 괴산을 지나면서 차창 너머로 본,


온통 산과 들을 덮은 눈이 금년에 본 첫눈이었습니다만 이렇게 집 근처에서 쌓인 눈을 보는 것은 금년들어 오늘이 처음입니다.



첫 눈이 반가워서 눈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 오늘 정작 하고 싶은 것은 다음 이야기입니다.

 

아침에 잠을 깨니 집사람이 침대 머리맡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심결에 어제 저녁 동창회보에서 읽은 친구의 글이 생각 나서 집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울산 제일중학교 6회 동기생인 최신길이가 히말라야에 올랐다는데...."



그러자 집사람이 되받아 하는 말이


 


"어디까지 올랐데요?"


 


"응, 내가 올라간 데까지."


 


그랬더니 글쎄....

우리집사람 한다는 말이


 


"거기까지만?"


 


듣고 있자 하니 어이가 없고 씁슬하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지난 봄 내가 안나푸르나를 올랐다 왔을 때, 그때는 대견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만

그후 언젠가 부터서는 산악인 오은선씨가 가려는 안나푸르나만 대단한 것이고


내가 다녀온 곳 정도는 아무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것인양 여기는 것같습니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지만)


  


집사람도 집사람이지만 주위 친구들도 내가 히말라야 갔다온 것을  "대단하다"고 추켜주면서도

속으로는 "저 친구가 올라간 곳 정도라면 나도.................."하는 것같습니다.


사실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4100 m)에 오르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제 친구 최신길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기> 를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친구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제가 받았던 감명과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먼저 여행기를 압축해서 간추려보겠습니다.


 


 


1999년 10월 26일


네팔 포칼라 페와호수에 비친 장엄한 안나푸르나(8091 m) 봉을 보면서

꼭 한 번 오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8년 후인 2007년 2월 10일 

인천 -  델리 왕복 항공권을 54만 2천원에 구입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기간 : 2007년 3월 29일 ~ 4월 15일 (18일간)


당시 나이 : 67세


나 홀로 여행


 


2007년 3월 29일


00:30 울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 리무진 탑승


08:55 인천공항 출발      JL-950 탑승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환승

20:23 인도 뉴델리 인디라간디공항 도착      후끈한 열기와 소금냄새같은 이상한 내음이 코끝을 감싼다


택시를 타고 비포장 도로와 움푹 파인 아스팔트길을 30분가량 달려 뉴델리역앞 파하르 간즈에 도착


예약해둔 호텔이 있느냐고 택시기사가 묻는다

없다고 하니 음식도 맛 있고 깨끗한 호텔을 소개하겠다고 하여 간 곳이 Ajanta Hotel


샤워를 하고 간단한 차림으로 야시장 가서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잔하고 12시경 호텔로 돌아와 휴식


 


3월 30일


아침 6시에 눈이 떠였다.   시차로 잠이 오지않는다


릭샤를 타고 뉴델리역으로 나갔다.


수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시골장터를 방불케한다


역은 수리중이었고 젊은 친구가 나타나 자기가 안내하겠다고 하여 간 곳이 부근의 여행사였다


눈치코치로 여행 다니는 나를 사기 칠려고....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뉴델리역으로 갔다


옆문으로 들어서니 2층 International Tourist Bureau로 가는 길이 별도로 있었다 


<고닥풀> 가는 특급야간열차표 구입

에어컨 스리핑석은 만석이라 없고 에어컨 없는 좌석표 구입(240루피)


20시 20분 출발 열차는 40분을 연착하여 21시에 출발


 


3월 31일


덜컹거리는 기차속에서 눈을 붙였지만 피로는 여전하다


10시 10분 <고닥풀> 도착 


2시간 소요되는 <소나우리>로 이동


진땀이 흐르는 날씨에 먼지투성이 승객들은 무지막지하게 밀고 들어온다


<소나우리> 도착


인도 비자 체크아웃과 네팔 비자 받고 나니 15시 30분경


16시 30분 <포카라>행 버스표를 240네팔루피로 구입.


상점에서 시원한 환타 한 병을 20루피에 사서 마시고 물 한 병을 10루피에 샀다.


밤새 달리는 버스는 위험한 고개길을 곡예하듯 잘도 달린다


밤 12시경에 야식 먹는 시간을 준다


저녁을 안 먹어서 그런지 출출하여 야식 겸 저녁으로 네팔 정식 달밭을 시키고 네팔 전통술 유얼을 한 잔 마셨다


 


4월 1일


<포칼라> 버스정류장에 새벽 5시 30분에 도착하니 깜깜하다.


짐을 풀고 샤워하고 쉬고 잠자고 싶은 생각 뿐이다


마침 나를 유인하는 자가 있다


마운틴 에베레스트 호텔로 가잔다


1박에 얼마냐니까 500루피란다.    400루피로 결정하고 짐을 풀고 샤워를 하는 둥 마는 둥 침대에 눕고 말았다


얼굴에 따거운 햇살이 비쳐 깨어나 보니 오전 9시 30분


식당에서 토스트와 홍차를 시켜 먹고 레이크사이드로 나와 페와호수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구경을 하고 있는데


포카라짱(트레킹안내 업체) 문턱에서 젊은이가 빙그레 웃으며 ’한국 사람이지요’라고 한다


친밀감이 들어 그의 사무실로 들어가서 준비물 챙기고.


나의 일정상 귀국일이 긴박하니 피곤하지만 오늘 출발하기로.


포터를 부탁하니 직원중에 만가이를 소개해 주었다(포터 겸 가이드로 US$ 8 / 1일)


만가이와 택시를 타고 <포카라>에서 약 1시간 30분 걸리는 <나야폴>로 향했다


14시경에 <나야폴>(1,070 m)에 도착


이곳에서부터 트레킹이 시작된다


물을 사서 수통에 체우고 사과와 귤을 사서 만가이의 배낭에 차곡차곡 넣고는 걷기 시작했다


1시간을 걸어서 커피 한 잔 하고 다시 2시간을 걸어서 <사울리바잘>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계속 오르는 돌계단이 1시간 넘게 계속되었다


장단지에서 피로가 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가이는 오늘은 <간드록>(1950m) 까지 가야한단다


4시간을 비탈길과 돌계단을 걸어서 온 것이다


고통은 잠깐이요 추억은 영원하리니 나를 시험하는 장이야 말로 붓다가 설산에서 고행한 것에 비길 수 있을 것인지?


19시가 되니 어둠이 오기 시작한다


빨리 걸어야한다고 마음 먹지만 영 발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틀 동안 열차에서 자고 버스에서 밤을 지세우고 바로 산행에 들어갔으니 피로가 겹칠 수 밖에....


<간드록>까지 마지막 30분의 비탈길 돌계단을 오르는데 왼쪽 허벅지에서 쥐가 난다


만가이가 맛사지를 하고 있지만 꼼짝 못힐 정도로 아프다


19시 40분에 <간드록> 롯지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네팔음식 달밭과 차를 한 잔 하고는 잠을 청했다


 


4월 2일


7시에 아침을 먹고 <고라파니>로 오르는데 장난이 아니다.


돌계단을 오르고 비탈길과 산사태길 1,450 m 까지 급경사길을 내려왔다가 천길 올라가는 연속된 길이 바로 캬라반의 히말라야 등반길이다


처음 시작만 안했으면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꿀떡같았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며

우리 가문의 영광이 되겠기에 내 한 몸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오르고 내리고를 했다.


.


.


.


                                                        <후략>


 


 


어떻습니까?

이 친구의 용기,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70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에, 혼자서 길을 나서, 비행기 기차 버스를 갈아 타며


잠도 제대로 못자고 현지식으로만 끼니를 떼우면서 그 높고 험한 산을 올랐다니....


 


우리는 인도를 거치지 않고 직항편으로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갔었기 때문에

기차를 탈 일도 버스를 탈 일도 없었고


더더욱이나 전문가이드가 하나부터 열까지 돌봐줬기 때문에 불편이나 걱정이 별로 없었습니다.


좋은 호텔에서 자고  산을 올라갈 때도 주방장 요리사 보조요리사 셀파 포타를 줄줄이 데리고 갔었기 때문에 한국음식을 먹으며 입맛을 지킬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행 중에는 이런저런 고생을 한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 친구 고생담을 이야기하다 보니 언뜻 생각이 납니다.


지난 4월 안나푸르나 트레킹 갔을 때입니다.


포카라에서 출발해서 둘쨋날인가 였습니다.


산을 올라가다 보니 평평한 초원이 나타났고 저기 한쪽에 천막을 치고서 누군가가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지나치면서 보니 왠 서양사람이 의자에 앉아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서는 저 멀리 눈 덮인 산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혼자였고 나머지 서너명은 시중드는 현지인들이었습니다.


테이블 위로는 술병이 가득했습니다.


우리 가이드 말로는 돈 많은 사람들이 가끔 이렇게 온다는 것입니다.

경비행기를 타고 온다나요.  


산에는 오르지 않고.


 


세상은 요지경이라더니 참말로 그런 것 같습니다.


제 친구처럼 온갖 고생을 무릅쓰며 기어이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와인 한 잔 하면서 정작 산에는 오르지 않고 경치를 즐기다 가는  사람.


 


세상에는 인종, 종교, 언어, 역사, 문화, 풍속 등이 다른 별별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치관도 다르고 살아가는 능력도 다릅니다. 


 


산에 오르기를 고집하지 않고 와인 한 잔 마시면서 멀리 설산雪山을 바라보며 

머리를 식히는 풍류도 멋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홀홀 단신으로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어 추억과 낭만을 만들며 살아가는


내 친구의 열정과 용기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동경은 할지언정


서로를 부정하거나 서로를 배척해서는 않되겠습니다.


 


자랑스런 친구의 <승리 보고서>를 읽고 뿌듯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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