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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 거실을 들어서는데 맞은 켠 문갑위에 사진 액자가 보였다.
첫 눈에 어머님 사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요즘 이 사진은 건넌방 어머님이 쓰시던 장롱위에 있었는데....
우리 부부는 참 희안한 부부다.
그렇잖아도 아침에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면서 나는 어머님 생각을 했다.
옛날에 어머님께서 쓰시던 재봉틀이 문득 생각났고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요즘은 건너방 장롱위에 모셔져 있는 어머님 사진, 그 사진을 찍었던 방의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서 있었던 일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집으로 왔는데 집사람이 난데 없이 어머님 사진액자를 거실로 옮겨놨으니....
나는 까무라칠 뻔 했다.
’어쩌면 이렇게도 우리 둘 생각이 일치할까’ 하고.
놀라는 나를 보고 집사람이 말했다.
’당신 좋아하잖아 !’
어머님 사진은 항상 옮겨다닌다.
우리가 안방을 주로 쓸 때면 안방에 놓여있고
거실에서 잠을 잘 때는 거실에 놓여 있다.
요즘은 손자 준서가 마구잡이로 어지럽히니까 건넌방 장롱 위로 피신을 가 계신다.
이 사진은 옛날 우리가 방의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 살 때, 어머님 여든 여섯번째 생신날 찍은 사진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어머님께서는 건강하셨다.
평생을 낮잠을 주무시든가, 낮에 바닥에 눕지를 않으셨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해 어머님 생신에 울산에 사시는 일가친척들을 버스를 전세 내어 모셔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어머님께서 보고 싶어 하셨을 것같다)
울산 부산에서 약 30 명이 오셨고 서울에서 10여 명이 오셨다.
어머님께서는 모두에게 만원짜리 한 장씩을 쥐어주셨다.
평생을 돈에 쪼들려 어렵게 어렵게 살아오신 어머님께서 아이 어른, 잘 살고 못 살고 간에 만원씩을 주셨다.
더러는 받지 않을려고도 했지만 어머님은 기어히 손에 꼬옥 쥐어주시고야 말았다.
친척들을 보내고 어머님은 참 행복해 하셨던 것같다.
평생을 신세만 졌던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정을 베풀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서너 달이 지났다.
나중에야 느낀 일이지만 어머님께서는 거실 소파에 가끔 누워 낮잠을 주무셨다.
우리는 게의치 않았다.
노인이 눕는다는 것, 극히 정상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어머님 당신의 온몸에서 기氣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었는데도 우리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까, 잠자고 있는 새벽에 아랫층 어머님방에서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우리는 이층에서 자고 있었다.
내려가 보니 어머님께서 피를 토하고 계셨다.
불야불야 어머님을 모시고 현대아산병원으로 모시고 갔으나 이미 어머님께서는 운명을 하신 후였다.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는 집으로 왔다.
차마 병원에서 어머님을 떠나 보낼 수는 없겠기에.
지금도 ’우리 어머님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삶이 끝나간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고향 친척들을 한 두사람도 아니고 수십명을 불러올렸을까.
평생을 돈에 쪼달렸던 어른께서 적은 돈이었지만 어른 아이 모두에게 주고 싶어 주고 싶어 손목을 꼬옥잡고.
한 평생을 밭에서 논에서, 힘 든 일 궂은 일 가리지 않으시고 살으셨는데도,
아프다는 말 한 마디 않으시고 그냥 쉬시는 듯, 잠자는 듯 하시며 가셨으니.....
나는 태진아가 부르는 노래 <사모곡思母曲>을 좋아한다.
구성지게 너머가는 노래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심금을 울리는 가삿말이다.
가사는 이렇다.
앞산 노을 질 때까지
호미자루 벗을 삼아
화전밭 일구시고 흙에 살던 어머니
땀에 찌든 삼베적삼 기워입고 살으시다
소쩍새 울음따라 하늘 가신 어머니
그 모습 그리워서
이 한 밤을 지샙니다
무명치마 졸라매고
새벽 이슬 맞으시며
한 평생 모진 가난
참아내신 어머니
자나깨나 자식 위해
신령님전 빌고 빌며
학처럼 선녀처럼 살다가신 어머니
이제는 눈물 말고 그 무엇을 받치리까
<200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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