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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0.  우리부부(7) - 자형 팔순잔치 | 박영하 | 출처 : - 2010-03-08
 

그저께 토요일, 청계산자락 백운호수옆 근사한 한식당에서, 작은 자형 팔순 잔치를 벌였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들이 아버님 팔순을 축하해 드리려 마련한 자리였다.  

자형의 여동생부부, 작고하신 큰누님 슬하의 가족들 그리고 우리집 식구들.

방안이 가득찼고 잔치상은 떡 벌어졌다.

권커니 잣커니....

밤은 깊었고 술은 취했다.

자리를 일어서면서 나도 모르게 말했다는데...


"자, 우리 모두 산본으로 갑시다."


그랬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께 격으로 날벼락을 맞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우리집 사람이었다.

약한 몸에 못 마시는 술을 한 잔 마셔 몹시 노곤한데 난데없이 내가 나서서

그많은 사람들을 이 한밤중에 산본집으로 가자며 설쳐대고 있었으니 ....

기가 막힌 것이다.

더욱이 내일 아침은 작은자형 생일상을 차려야 하는데.

집사람이 나를 보자더니만 다짜고짜 울면서 하소연인지, 고함인지를 질렀다.

’나는 못 한다’고.

나는 뜻밖이었고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이런 해프닝을 못 봤는지 모두들 산본집으로 우루루들 몰려갔고 밤을 세워 술판을 벌였다.

깨어보니 빈집에 나 혼자만 거실 한가운데 덩거러니 누워있었고 방 마다 이부자리가 어지럽게 나딩굴고 있었다.

모두들 원이네집(아들네집)으로 생일상 받으러 간 것이다.

나는 어제는 온종일 낮밤으로 꼼짝 못하고 누워지냈다.

조카사위녀석들이 어찌나 술이 세던지, 겁 없이 대작을 했다가  나 혼자 떡이 된 것이다.


집사람이 울면서 내게 대들던 모습이 마음에 찡하다.

그동안 얼마나 지치고 힘이 들었으면 울면서 내게 대들었을까.....

그것도 잠시, 모두가 기꺼히 산본으로 나서는 광경을 보고서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순순히 집으로 돌아와서는 법석대는 술꾼들의 뒷바라지를 천연덕스럽게 해내고

잠자리까지 보살펴 준 사람이다.

이런 여자 또 있을까.

하늘이 내리신 천사가 아니고서야.



장손 준서가 산본에 오면 저를 이뻐 해 주니까 ’하미 하미"하면서 할머니만 찾는다.

약골인 할머니는 그게 이뻐서 손자를 안고 난리를 치지만 하루만 지나면 몸살을 앓는다.

지난 주에는 큰누님 사십구일齊가 있어서 울산에 내려갔고

올라오면서 작은 누님과 자형을 모시고 올라왔다.

그리고 팔순잔치를 받고 어제 부산으로 내려가실 때까지 일주일을 산본에서 모셨다.

어른께서 아들 딸이 서울에 사는데도 그들집에 가실 생각은 아예 않기도 하셨지만

처남댁에 진을 치신 이유가 있다.

모시기가 어려운, 정말 어려운 어른인데도 처남댁은 스스럼이 없고

당신께서도 처남댁에게는 꼼짝을 못하신다.

처남댁이 워낙 잘 해드리니까 그런거다.

내가 봐도 잘 해드린다. 놀라울 정도다.

내게 반의 반 만이라도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는 평생토록 업고 다니겠다.

집 사람이 언젠가 내게 말했다.

’형님(작은누님)을 생각해서 그런다’고 했다.

속 깊은 여자다.


집사람은 감기 몸살에 목이 가라앉아 아침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타왔다.

그러면서 누워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집에 있으랴, 나가서 놀다 올까?"


내가 얼른 대답했다.


"나가서 놀다 와."


집사람은 아무리 아프다가도 집만 나서면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다.

그렇다고 가출하는 ’노라’는 아니고.


혼자서 점심밥을 찾아 먹으며 나는 독백 겸 고백을 한다.

<황재숙, 참 좋은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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