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l  sitemap  l 
   
   삶의여유
   山과人生
   산행과여행
   그때그사람들
   Writing&Speech
   책읽고밑줄긋기(2)
   책읽고밑줄긋기(1)
 
   山과人生
HOME > 삶의여유 > 山과人生 
   
10712.  山과 人生(10) - 비는 낭만을 타고 | 박영하 | 출처 : - 2010-08-31
 

수리산修理山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난 후 2~3년 사이에 수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내 손님들만 해도 그저께 토요일에는 옛회사 동료들이, 어제 일요일에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비가 오는데도 수리산을 찾았다.

나는 수리산 자락에 산다고 애꿎게도 안내역으로 뽑혀 울며겨자먹기로(?) 따라올라야 하는 신세가 됐다.

어제는 정말 비가 많이 내렸다.

아침에 김익명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쪽 분당은 날씨가 어떠냐"고.

그때 산본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김회장은 내가 왜 전화를 하는지 짐작을 했을터인데 한 마디로 잘랐다.

"오늘 산행은 예정대로 한다."


수리산전철역으로 나갔다.

벌써 많이들 와 있었다.

바깥에는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는데도 아무도 ’그만두자’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안내역이라 그럴 수도 없었고.

눈치만 살피는데 드디어 회장이 ’올 사람은 다 왔으니 이제 출발하자’고 했다.

모두들 기다렸다는듯이 우루루 계단으로 내려갔다.

이사람들, 정말 제 정신인가?

그냥 오는 비도 아니고 쏟아지는 비가 퍼붓고 있는데....

가엾은 나는 한숨을 쉬며 허공에 내뱉었다.

’아- 어제도 비를 맞고 올랐는데 오늘 또....’


억지춘향으로 따라나선 우중雨中 산행이었는데............

정말 재미 있었다.

비옷을 입고 그 위에 우산을 받쳐 들었건만 젖는데는 속수무책이었고. 

물통 속에 발을 담군듯 신발은 질퍽거렸고.

아가씨(부인들도 세분이나 동행을 했었다)들은 속옷이 흠뻑 젖었을텐데도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활보를 했고.

비를 피할 생각은 어느덧 온데 간데 없어지고 비를 맞아 시원하다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세상에 이런 일이....

이런 산행은 처음이다.

기리기리 기억에 남을, 추억거리가 될 멋진 산행이었다.


순도 99.99% 짜리를 순금(24K)이라 하고 58.5%인 금을 14K라고 한다.

순금은 비싸고 좋으나 항상 어두운 금고속에나 감춰져 있게 마련이고 너무 물러서 금괴로 말고는 별 쓸모가 없다.

세상에 나와서 밝은 햇살을 머금고 우리와 더불어 사는 금은 14K다.

어제 장대비를 즐겁게 맞으며 수리산을 올라간 멋쟁이들이 <14K>들이다.

경남고 14회를 우리는 약칭해서 <14K>라고 한다.


나는 내 홈페이지에 올리는 글들을 나중에 찾아보기 쉽도록 약 120가지 키워드로 분류를 해놓고 있다.

이 글을 끝내고 분류를 할려니 마땅한 <key-word>가 없었다. 

어제 폭우속을 거닐은 산행은 분명 <낭만스러운> 산행이었다.

낭만, 생각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다.

청춘이 그러하듯이.

나는 <낭만>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 홈페이지에는 왜 <낭만>이라는 키워드가 없을까?

이제까지 나는 <낭만>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말인가?


                                      < 2010-08-31>

 
 
  박영하이야기   |  박영하   |  가족공간   |  삶의여유   |  즐거운인생   |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