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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8.  山과 人生(12) - 외로움을 타는가 | 박영하 | 출처 : - 2010-10-24
 

우리집 뒷산 수리산은 봉우리가 많다.

태을봉 수암봉 슬기봉 관모봉 감투봉 무성봉....

태을봉이 가장 높다.


옛날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태을봉을 올랐다.

가장 높은 꼭대기였기 때문이다.

회사를 물러난 뒤로는 수암봉을 올랐다.

무슨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딱히 이유를 댄다면 잘 가보지 않은 꼭대기였기 때문이리라.

태을봉도, 수암봉도 슬기봉을 거쳐서 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슬기봉만 간다.


태을봉을 다닐 때는 집사람이 함께 다녔다.

바늘에 실 가듯.

수암봉 다닐 때도 그랬다.

그런데 요즘은 함께 올라가 본 지가 오래다.

이젠 나와 함께 산을 오르기 보다 동네친구들과 놀며 이야기하며 산책하는 것이 더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어느 산이나 오르고 내리는 길은 셀 수 없이 많다.

사람들이 자기 좋아하는 데로, 자기 편한 데로 길을 내기 때문이다.

그 많은 산길 중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택해 다니게 마련이다.

나도 수리산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지만 내가 다니는 길은 어제도 오늘도 같은 그 길이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싫어했고  샛길을 좋아했다.

그러던 내가 나도 미쳐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하산길이 달라졌다.

산을 오를 때는 여태껏 오르던 길로 오르지만 내려오는 길이 달라졌다.

오거리를 지나 조금 더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서는데

오른쪽은 옛날에 다니던 호젓한 샛길이고

왼쪽 길은 절寺도 있어 약간은 붐비는 길이다.

사람들이 다녀 싫어하던 그 길인데 언젠가 부터 그 길로 내가 내려 오는 것이다.

어제도 산을 내려오다가 갈림길에서 숲속 샛길을 보았지만 나는 큰길로 내려왔다.

샛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쓸쓸하고 허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부터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싫다.

낮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녁이 되면, 더욱이 밤이 되면 혼자 있는 것이 싫다 못해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저녁에 서로 아무 말 않아도 집사람이 거실 TV앞에 앉아 있기만 해도 나는 마음이 느긋하다.

낮에는 오히려 나가서 놀다 오라고 한다.

그러나 저녁에는 집사람이 없으면 허전하다.


집사람은 허구헌 날 볼 일이 있고 만날 친구들이 있다.

아침밥 뚝딱하면 나간다.

여자들은 만날 친구가 많아서, 그래서 외롭지 않아서 남자들보다 오래 사는가 보다.


오늘은 모처럼 집사람과 슬기봉을 함께 올랐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더 없이 상쾌했다.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던데 내가 지금 가을을 타고 있나?

외로움을 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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