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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0.  아 - 가을인가 | 박영하 | 출처 : - 2011-10-01
 

이른 아침에 처가 식구들이 우리집으로 속속 도착했습니다.

큰처남부부, 작은처남부부, 처제와 동서.

10월 1~3일 연휴를 즐기러 백암온천 간다고.

우연하거나 갑작스런 일이 아닙니다.

오지랍 넓은 우리집사람이 기획해서 연출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집사람은 이 작품을 기획하면서 내게 제작과 주연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선선히 응했습니다.

왜냐고요?

각본이 좋았습니다.

각본은 이랬습니다.


<’막내 이모 - 장모님 친구분들 중 막내 -가 금년에 칠순인데 백암온천에서 친구들 뫃아놓고 잔치를 한다.

그런데 친구들이 모두 박서방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니 한 번 내려와라.’ 하고 예천 장모님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옛날에 젊었을 때 가끔 예천으로 내려가 장모님 친구분들을 모시고 술과 노래로 귀염을 떨었었는데 아직도 그분들이 그런 나를 기억하고 계시는가 봅니다.

막내 이모는 나하고 동갑이라며 나를 좋아라 했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스케쥴을 잡고 백암온천 예약을 해놨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잔치가 슬며시 취소가 되었답니다.

머리 좋은(?)  집사람이 때를 놓칠세라  ’그러면 오랫만에 형제들을 한 번 불러모으겠다’고 해서 오늘 내려갔습니다.>




이런 작품인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나는 빠지고 집사람이 대식구를 인솔하고 아침에 백암으로 내려갔습니다.

나는 요즘 고관절통증으로 고생 좀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치료를 받았으나 낫지를 않습니다.

어제는 평촌에 있는 한림대학교병원에 가서 MRI 촬영을 하고

집으로 올려고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어찌나 엉치가 쑤시고 아프던지 쩔쩔맸습니다.

주인공이 빠지면 아무래도 작품에 생기가 돌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지,

출연자들이 ’왠만하면 같이 가자’며  애원 섞인 권유를 했었지만 장시간의 자동차 여행은 무리일 것 같아 웃음으로 얼버무렸습니다.


다들 아침 먹고 백암온천으로 내려간 다음, 나 홀로 뒷산 수리산을 올랐습니다.

맑은 공기, 청명한 하늘.

그러고 보니 오늘이 10월 첫날입니다.

완연한 가을입니다.

천천히 수리산을 올랐습니다.

기분이 날아갈듯 했습니다.

엉치가 아파 백암온천을 따라가지 않았는데 수리산 오르는 것은 왜 그리 편안하고 기분이 상쾌하던지요.

발걸음은 가벼웠고 마음은 하늘을 날았고.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뭇잎들,

정겹기만 했습니다.

다들 긴팔옷에 점퍼까지 챙겨 입었습디다만,

나는 반팔 티셔츠 한 장 달랑 걸쳐 입었을뿐인데도 춥기는 커녕 시원하고 바람이 상쾌하기만 했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합디다만 가을이라서 이렇게 기분이 날아갈듯 가뿐한가요?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며칠을 혼자서 빈집 지키며 끼니를 떼워야 하는 신세가 되었는데도

외로울거라거나 불편할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숙제하라고 못살게 구는 엄마가 집을 비워 살맛 나는 어린애처럼 나는 지금 기분이 홀가분합니다.

삼식이로 살다보니 천덕꾸러기가 되어, 걸핏하면 핀잔 섞인 잔소리를 듣다보니 맘 편히 혼자 있는 것이 좋은가 봅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진도가 좀 많이 나갔네요.

’진도 많이 나가면 숙제가 따를테고 그러면 또 핀잔을 들을텐데......’

’이런 이야기는 콧노래 하듯 맘속으로만 새겨야 하는 건데....’

’요렇게 입방아 찧듯 까발리면 내 신상에 좋을 리가 없지....’




임금님 안 계신 자리에서는 임금님 흉도 본다고 하지 않습니까?

집사람은 내게 하늘과도 같고 천사와도 같은 사람입니다.

내겐 공기와 물 같은 존재입니다.

어쩌다 집사람에 대한 한풀이로 흘러버렸습니다만 이게 어디 가당하기나 한 일이겠습니까?

오늘 기분이 날아갈듯 좋은 것은  <가을 날씨> 때문입니다.

산에서 몸과 마음이 날아갈듯 기분이 좋아, 빨리 내려가 이것을 글로 쓰야겠다고 다짐하며 내려왔는데 쓰다보니 잠간 엇길로 흘렀습니다.




아 -   가을!

가을은 참 좋은 계절입니다.

(이 심약한 남자야 !   뭐, 가을이 남자의 계절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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