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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51.  山과 人生 (19) - 갈아 쓰는 삶 | 박영하 | 출처 : - 2013-03-31
 

어제 우리부부, 수리산 슬기봉을 올랐습니다.

<오르다 쉬고>를 몇차례 하면서 천신만고 우여곡절 끝에 슬기봉엘 올랐습니다.

우리집사람, 옛날엔 이러지 않았습니다.

대단했습니다.

겨울에 눈비 맞으며 지리산 3박 4일 종주를 했었고

백두산 서파에서 북파까지 16시간 종주.

설악산 공룡능선 등.

항상 남보다 뒤쳐지지 않고 선두를 달렸던 건각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나이 칠십에 슬기봉을 기어오르다니.....

그렇다고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산을 멀리 하고 평지에서 산책만 하다보니 체력이 떨어졌나 봅니다.


나도 요즘은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야산 슬기봉을 오르는데도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릅니다.

옛날엔 수리산 간다면 의례  태을봉 수암봉 수리산둘렛길일주였었고

슬기봉은 중간에 들리는 봉우리였건만 이제는 <슬기봉>이 고작입니다.

슬기봉은 매주 한두번은 꼭 올라갑니다.

건강 챙길려고.

그러면서도 태을봉 수암봉은 멀기도 하고 가고 싶지도 않아 안 간 지가 아주 오랩니다.

그랬었는데 얼마전 우연히 아주 우연히 수리산 둘렛길을 집사람과 함께 돌았습니다.

4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입니다.

처음엔 중간정도의 지점에서 돌아올 심산이었는데 도중에 욕심이 생겨 다 돌았습니다.

그때도 집사람은 몹시 힘겨워했습니다.

오랫만에 둘렛길을 완주하고 나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그러고 며칠후 슬기봉을 오르다가 슬며시 욕심이 발동해 수리산역까지 능선을 탔습니다.

우리아파트 앞베란다 너머로 펼처져 있는 능선입니다.

약 3시간 코스입니다.

이 능선을 타면서 기氣를 받았는지, ’수암봉 태을봉도 올라보자’는 생각을 슬며시 했습니다.

다음날, 수암봉을 올랐습니다.

약 3시간 반.

힘은 약간 들었지만 기분이 날아갈듯 했습니다.

그러고 오늘 태을봉엘 올랐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그동안 밀렸던 숙제(?)를 다 했습니다.

’내가 왜 진작 이러질 않았나?’하는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소극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산에 가는 것을 건강을 챙기는 수단쯤으로 격하를 시켰던 것이었습니다.

즐겨야 하는 건데.

생각을 바꾸니 (가깝고 낮은)슬기봉만 가는 것보다  (멀고 높은)태을봉 수암봉 가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고 재미가 있는 것을.


그런데 오늘 태을봉을 오르면서 느꼈습니다.

내 몸이 옛날과는 다르다는 것을.

태을봉 가는 능선에 <칼바위> <병풍바위>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우회를 하는 옆길이 있고, 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바위능선을 탑니다.

바위능선이래야 별것도 아닌 울퉁불퉁 뾰족바위인데 옛날에는 아무 부담 없이 건넜었건만

오늘은  뒤가 땡기는듯 무겁게 느껴졌고 무게중심 잡는 것이 어려웠었습니다.

나이도 있으니 조심은 해야겠지요.

그러나 너무 일찍 소심해져서 소극적이 되다 보면 집사람이나 나처럼 <녹이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집사람이 산책을 밥먹듯 하는 사람인데도 이젠 낮은 산조차도 힘들어 하는 이유나,

내가 생각만 하면 갈 수 있는 태을봉을 엄두 내지 않고 슬기봉만 찾았던 이유는 같습니다.

<너무 일찍 내려 놓은 것>입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풀을 잘 깎고 벼를 잘 베기 위해서 농부는 낫을 갈아 씁니다.

운동선수도 기량을 최고도로 발휘하기 위해 매일 훈련을 합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 매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갈아 쓰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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