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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74.  우리부부 (20) - ’당신, 공대工大 나온 것 맞어?’ | 박영하 | 출처 : - 2014-07-12
 

이른 아침에 부산을 떨다가 그만 큰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옛회사후배님이 가져 온 개살구로 담은 효소유리병을 깨트리고 만 것입니다.

베란다바닥이 온통 설탕물로 흥건히 뒤범벅이 되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아연실색한 나는 어쩔 줄을 몰라했고....

뒤늦게 알고 달려 온 집사람은 멍하니 바라볼뿐.....


해마다 이맘 때면 후배님이 일요농장에서 가꾸고 있는 채소들이랑 개살구를 가져다 줍니다.

그래서 매년 개살구효소를 담구고 있습니다.

기관지천식에 좋다면서.

참 고맙지요.

올해도 얼마전에 가져다줘서 담궜습니다.

한 말斗들이 큰 유리병에 담아넣고 누런설탕을 끼얹어 (밑에 깔아앉는 설탕을 녹이려고) 틈틈이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

베란다바닥에 신문지를 두둑히 깔고 효소유리병을 옆으로 뉘어 굴려 흔들어 바닥설탕을 녹이는 작업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이리저리 돌려가며 열심히 흔들어 녹이고 있는데....

어느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병은 깨어졌고 설탕물이 온 바닥을 흥건히 적시며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딛히거나 떨어뜨리지도 않았습니다.

깨어질 이유가 없었는데도.

아까운 마음에 몸서리를 쳤고 뒤치닥거리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어제가 마침 내 생일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생일날 아침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다른 때 같았으면 한 소리했을 법한 우리집사람, 혼이 빠진 나를 보면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아침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으니 집사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병이 깨어진 것이 아니고 터진 것이다.

발효가 되면 팽창을 하는데 병마게를 꼭 닫은 체로 마구 흔들어대니 공기가 팽창해서 터진 것이다.

효소를 담글 때는 뚜껑을 밀폐하지 않고 살짝 닫는다.

그런데 병마게를 꽉 조여닫은 체 마구 흔들어댔으니 터진 것이다."

’아뿔사-. 내가 왜 그걸 몰랐던가...’

그래서 "과연................." 하며 머리를 끄덕였더니 집사람이 내게 한 말,

"당신, 공대工大 나온 것 맞어?"

였습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해 줄 말이 없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안해도 너무 안했다고 (평소에 나로부터) 핀잔 듣기가 일쑤였던 집사람이 이런 놀라운(?) 지식과 지혜를 내앞에서 토하다니....


그러고 보면 나는 공대工大를 헛나왔습니다.

전기과를 나왔는데 전기의 전자도 모릅니다.

더더욱 전기를 만지지 못해 - 당연한 일입니다. 만지면 죽지요. - 옛날부터 집사람에게서 핀잔을 들어왔습니다.

"당신, 전기과 나온 것 맞어?"라고.

신혼시절, 대문에 초인종을 달 때부터 집안에 전기제품등을 옮기거나 고장이 나면 난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았고

그럴 때면 "당신, 전기과 나온 것 맞어?"라는 퉁명스런 힐난을 듣기가 일쑤였습니다.


종일 망연자실해 있는 나를 집사람이 위로해왔습니다.

"여보, 생일날 유리병 깨진 것, 좋은 징조 같다.

근심걱정, 나쁜 것들 모두 떨쳐버리는 액땜 일꺼야."


마누라로부터 발효 팽창 운운하는 지혜로운(?) 깨달음도 얻고

액땜했다며 위로하는 말도 들은 그 남편은 지금 공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하고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세상 살면서 익히고 터득해서 얻는 지혜야 말로 값지고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우리집사람이 어떻게 <팽창>이라는 (그녀에게는 그리) 쉽지 않은 용어를 구사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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