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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39.  <자동차>에 얽힌 나의 이야기 (2018-07-07) | 박영하 | 출처 : - 2018-03-10
 

내 자동차운전면허 번호는 <서울 71-00xxxx-xx>입니다.

1971년도에 운전면허를 받았으니 참 빠르지요.

연유는 이렇습니다.

1970년에 독일로 연수를 갔었는데  거기 가서 보니까 왠만한 사람들은 모두 자동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당시, 우리는, 왠만해서는 자동차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할 때 였습니다.

그런데도 귀국하자 마자 운전면허를 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생업生業을 위한 1종 영업면허라면 또 모르되,  2종 보통 면허를 딴 것입니다.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때 PONY II 가  새로 나왔습니다.

PONY II 를 샀습니다.

자동차를 샀을 때가 안양공장 부장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여름, 어머님을 모시고 동해안으로 피서여행을 떠났습니다.

양평 어딘가에서 였습니다.

2차선으로 가는데 갑자기 1차선으로 가던 화물트렄이 우회전을 하면서 내 차를 덮쳤습니다.

큰 화물트렄이 포니를 덮쳤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죽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른 쪽에 주유소가 있었고 화물트렄 운전사는 주유소를 발견하고는 지나치지 않을려고

갑자기 핸들을 꺾으면서 내 차를 덮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두 차는 급정거를 하였고 가까스로 내 차는 운전석 옆문이 찌거러지면서 내려 앉는 정도에서 멈췄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받고 어쩌고 하다보니 오후가 늦었습니다.

거기서 속초 명성콘도를 갈려면 한계령도 넘어야 하는데 어두워 질 것이 틀림 없고.

더욱이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자동차 문짝을 고치다 보면 밤이 늦을 것 같아, 끈으로 붙들어 매고서는 왼쪽 손으로 문짝을 잡고 길을 재촉해서 떠났습니다.

한계령을 넘을 무렵에는, 와이퍼가 작동되지 않아 조수석에 앉은 집사람이 창문을 열고 손으로 와이퍼를 작동시켰으니...

나는 운전하기 바빠 아무 생각이 없었으나 뒷자리에 타신 어머님, 두 아들 그리고 집사람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비 오는 캄캄한 밤에, 설악산 한계령 고개를, 고장 난 와이퍼를 손으로 돌리면서 넘어간다....

상상을 해 보십시오.

얼마나 끔찍 한지.....


그때만 해도 자가용차  타고 온 식구가 휴가를 간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그때 나는 속초에 명성콘도(한화콘도)도 갖고 있었습니다.

내가 자동차를 샀다, 콘도를 샀다 하니까 부잣집 막내아들 쯤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고백 컨데 나는 친구 엄마가, 서울에 가정교사 자리를 미리 얻어 줘서, 간신히 서울로 유학 올 수 있었던 가난한 촌놈입니다.

그런 촌놈이 자동차를 산 것도, 콘도를 산 것도, 돈을 몰라서, 돈 쓰는 법을 몰라서 그랬지 않았나 싶습니다.


71년도에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했고, PONY II 처음 나왔을 때 사서 몰았으니 내 운전 경력이 40년을 넘었습니다.

그런 내가 오래전부터 자동차 키를 아내에게 넘겨주고 지하철을 애용했습니다.

서울의 교통난, 주차난 때문에 애 써 운전할 필요도, 마음도 없었고.

요즘은 골프도 치러가지 않습니다.

운전이 하기 싫어서입니다.

그래서 골프회원권도 팔아버렸습니다.

콘도회원권도 이젠 없습니다.


몇년전(2015년)이었습니다.

어둠이 깔려 저녁이 컴컴한데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아침에 예천으로 장모님 뵈러간 집사람이 걸어온 전화였습니다.

"여보, 차 헤드라이트가 들어오지 않아."

다급하다 못해 실성한 사람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이 어둠속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오고 있는데 차 라이트가 켜지지않는다니.....

(얼마전에 정기검사를 한 차인데.)

헤드라이트는 켜지지않지만 다행히 비상등은 작동이 되어 깜빡이는 켜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비상등 손잡이를 당기니 원등遠燈은 켜져, 이를 당기면서 운전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말을 시키면 안되겠다싶어 ’조심해서 오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지옥같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밤 8시가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차가 고장이 났으니 고쳐야겠기에, 평소 신세를 지고 있는 분에게 ’운전기사 좀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얼마전 우리집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아줬던 그 운전기사였습니다.

차를 가지러 지하차고로 내려간 기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라이트에 이상 없습니다.

스위치가 수동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 무슨 소리?

우리부부는 수동, 자동을 모른채, 십여년동안 이차를 운전해 오고 있었습니다.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라이트가 켜진다고만 여겼지,

스윗치가 ’수동’위치에 있는지, ’자동’위치에 있는지는 전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명색이 공과대학을 나왔고 그것도 전기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제 집차가 전기고장이 났으면

한번쯤은 살펴볼만도 한데 나는 차 근처에도 가보지를 않았습니다.

나는 그차를 타 본 지가 오래고(나는 집차를 거의 타질않았습니다), 설사  살펴 본들 모르니까......

(그래서 언젠가는 집사람에게서 ’당신, 공대 나온 것 맞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우리집사람, 그날 무척 놀랐던가 봅니다.

당연히 그랬었겠지요.

그래도 그날 저녁엔 별 탈이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다음날부터 어지럽다며 자리에 눕기시작했고.....

어지럼증이 점점 심해졌습니다.(평소에도 이석증때문에 병원엘 다니고 있습니다.)


작년 봄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동해안으로 며칠간 여행을 다녀 온 집사람이,

저녁 늦게 현관문 열고  들어서자마자, ’내 죽는다’고 야단 법석을 떨었습니다.

그냥 다녀 온 것도 아니고 자동차를 운전해서 갔다왔는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여행가서도 아파서, 속초에 있는 병원에 가서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열이 펄펄 난다’면서  ’병원 응급실로 좀 데려가 달라’했건만,

무심한 이 남편은 ’놀러 갔다 와서 엄살 부리는 마누라’ 가 미워,

들은 척 만 척,  ’자고 내일 가보라’고 했습니다.

밤새 끙끙 앓다가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폐에 염증이 있다’고.

의사가 이야기했다는데....

이런 경우 ’몇 시간 일찍 오느냐, 늦게 오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답니다.

그말을 듣고서야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끔찍했습니다.

다행히 일주일 입원하고 퇴원을 했습니다.



집사람에게 ’자동차를 팔자’고 했습니다.

별다른 말 없이 선선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나이 들면서는 비우라고 합니다만, 이것 버리고 저것 털고 해서 이제는 참 가볍습니다.

이러다가 다시 핫바지에 고무신 신고 시골로 도로 내려가는 신세가 될지도.........

(나는 대학교 일학년때, 핫바지 입고 고무신 신고,

서울 명동2가 명동공원 바로앞 명동피아노상회에서 점원들과 함께 먹고 자며

그댁 막내아들 가정교사를 하며 살았습니다)

하기야  서울을 떠나  이곳  수리산 자락으로 내려와 이미 수십년을 살고 있으니......


空手來 空手去

당연한 이야기건만, 

가끔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아직도 버리지 못한 욕심과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겠지요.

<세월의 때>는, 묻기는 쉽지만 벗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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