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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60.  <그냥보십시오> 우리가 소망하는 지도자 | 박영하 | 출처 : - 2023-09-21 오전 7:18:11
 

유방과의 싸움에서 항우는 패했다.

그는 BC 203년 유방과 천하를 양분하는 데 합의했으나 약속을 파기한 유방에 의해 기습공격을 받는다.

또 후방에서는 한신, 팽월군에 의해 오도가도 못하는 궁지에 몰린다.

사면초가의 심리전에 말려든 항우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충신들과 애첩 우미인을 불러 주연을 베풀며 노래를 불렀다.


힘은 산을 뽑을 듯 하고, 기세는 천하를 뒤덮는데(力拔山兮 氣蓋世)

때를 잘못 만나(時不利)

추(애마)여! 너마저 발길을 멈추는구나(不逝)

추여 네가 가지 않으니 어찌하리 어찌하리(不逝兮可奈何)

우(애첩)야, 우야 너를 또 어찌하리(虞兮虞兮奈若何)

                            <시바료타로 저 - 항우와 유방>


항우가 한의 기병부대에 쫓겨 오강에 이르렀을 때 초나라 출신 뱃사공이 배에 올라 피신하도록 호소했다. 배가 한 척뿐이니 말과 함께 타고 건너가면 한 군사들이 절대로 쫓아올 수 없다고 했다. 항우는 그러나 충정어린 노인의 간청을 물리치고 한의 기병단과 격돌하면서 마지막까지 싸우다 스스로 자결한다. 중국인들의 항우에 대한 사랑이 아직까지도 남다른것은 그의 대장부다운 기질과 장렬한 최후가 남기는 감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2200여 년이 지난 지금 항우처럼 굴욕적인 삶보다 명예로운 죽음을 택할 지도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물음 자체가 어리석다는 질책이 있을 수 있겠다. 목숨을 걸기는커녕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배신을 더하는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본다.


철새 정치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은 다음에 적당히 구슬리면 그 뿐이라는 배짱인 듯하다. 재경부 차관을 지낸 모씨는 최근 한 신문 칼럼에서 철새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 때문에 우리들 추억 속에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는 철새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질타했다. 철새들이 한국 정치인들을 상대 로 명예훼손소송을 제기해야 할 판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다. 국정원 감사원 검찰 등 권력기관은 물론이고 재경부 산자부 등 경제부처 관리들까지 일손을 놓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쪽을 향해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직 장ㆍ차관들이 누구 누구를 지지하며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돈다. 한번 했으면 됐지 몇 번이나 하시려고 저러나 하는 주위의 핀잔은 못들은 체한다. 옛날 세도가 주변에 식객들이 모이듯 학계 인사들도 이리 저리 뛰느라 발이 안보일 정도다. 어느 교수가 어떤 대선 후보를 지지하다가 요즘에는 말을 갈아탔다는 소문이 꼬리를 문다. 신문도 말만 공익 언론이지 몇몇 신문은 어느 당 당보 수준이다.


중국 진나라 처사였던 도연명(陶淵明)은 높은 뜻과 원대한 식견(高志 遠識) 때문에 고위 관직은 못하고 그나마 아부를 못해 어느 날 관복 을 벗어던지고 떠나면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노래했다.


"돌아가자! 전원이 장차 황폐하려 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歸 去來兮여 田園將蕪하니 胡不歸오)…중략…교제를 그만두고 교유를 끊어야겠다.

세상이 나와 서로 맞지 않으니 다시 수레를 타고 무엇을 구하겠는가.(請息交以絶遊라 世與我以相違하니 復駕言兮焉求리오)… 중략…천명을 즐기니 다시 무엇을 의심하겠는가.(樂夫天明復奚疑아)"


중국의 엄광이라는 선비는 한나라 광무제와 어려서 동문수학한 사이로 오랜 우정을 나눴다. 엄 선생은 그러나 광무제가 황제가 되자 시골로 피신하여 낚시를 하며 지냈다. 광무제가 그를 물색하여 불러왔으나 끝내 벼슬을 고사했다 한다. 광무제도 그런 친구에 대해 예의로서 자신을 낮췄다. 후세 사람들은 벼슬을 사양한 엄광에 대해 시를 지어 노래를 부르고 사당을 지어 제사를 올려줬다.


"선생의 마음은 일월(日月) 위로 솟아나고 광무제의 도량은 천지의 밖을 포용하니 선생이 아니었으면 광무제의 큰 도량을 이루지 못하였을 것이요, 광무제가 아니었다면 어찌 선생의 높은 절개를 이룰 수 있었겠는가."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이라고 해서 사람의 기본적인 생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백성들은 항우처럼 비굴하지 않은 지도자, 도연명과 같이 곧고 의젓한 관리를 원한다. 또 엄 선생과 같은 지조있는 선비를 기대한다. 권력을 좇는 철새 정치인, 관료, 학자들은 국민의 이런 마음을 한 번쯤이라도 헤아려 본 적이 있을까.


                                                     장용성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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