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l  sitemap  l 
   
   메시지
   그냥보십시오
   언론과인터뷰
   News
   주고받는메일
 
   그냥보십시오
HOME > 메시지 > 그냥보십시오 
   
31009.  <그냥보십시오> " 나, 때밀이예요 " | 박영하 | 출처 : - 2023-10-16 오전 7:18:53
 

고향 울산에 가서 성묘를 하고

누님을 모시고 백암온천에 와 있습니다.

일주일 예정입니다.

백암은 온천도 좋지만, 백암산을 뒤덮고 있는 울창한 적송 금강송이 일품입니다.

정상(1004 m) 을 오르는 일은 옛날 옛적 이야기고

지금은 중간 정도.

공교롭게도 내 사는 산본 수리산 슬기봉 올라가는 정도의 시간과 거리입니다.

매일  오르내리며,  맑고 상쾌한 공기를  깊숙히 들이켜 기氣를 받습니다.

백암은 일년에 두번 정도 옵니다.

氣를 받으려고.


나는 평생을 전신피부병과 천식을 달고 살았습니다.

청년 시절엔 피부병, 중년 이후엔 천식.

피부병이 어찌나 심했던지, 울산 병영 뒤 언덕에 있던 나환자촌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기도 했었고

독일에 가서 살 때는, 약간의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1970년 독일 정부 장학금을 받아 가서 1년반 정도 살았는데

그때는 피부병이 엄청 심할 때였습니다.

약을 바르질않으면 금방 온 몸이 짓물러터졌었습니다.

약을 먹고  바르면 아무렇지도않고.

때마침 독일에 갔으니, 선진 의료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어 병원엘 갔습니다.

그땐 독일의 병원엔 한국에서 파견 간 간호사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들의 안내와 도움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가기전 며칠전부터 약을 끊었습니다.

그러니 온몸이 짓무럴 수밖에.

그 시절, 나는 방을 세들어 혼자 끼니를 떼우며 살고 있었는데

내심 병원에 입원해서 식사 문제도 좀 해결하려는 꿍꿍이도 있었습니다.

한국 간호사들에게도 부탁을 했고.

그랬는데, 의사가 진찰을 하고는 ’ 이런 병은 입원해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집에서 약을 먹고 바르면서 천천히 치료해야 한다 ’며 딱 잘라 나를 돌려보냈습니다.

그때의 허탈함이란....


그런 피부병이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언젠가부터 사라지고

천식이 나를 덮쳤습니다.

봄철이면 꽃가루가 내 혼을 빼버리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내가 산본으로 이사를 오면서(한참 후에)

천식기가 차츰 호전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주 좋아졌습니다.

거기에 몇번 찾아 가 한달간씩 쉬고 온  Baikal 湖 와 매년 찾는 백암온천이

내 천식을 떨쳐 내 준 고마운 名所입니다.


그런 백암에서 오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백암산을 오르는데

느닫없이 내 뒤에서 어떤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 여기 차가 다닐 수있습니끼? " 하고.

그곳은 산림감시초소 조금 지난 산 입구 근처였습니다.

그래서  " 300m 정도 더 까지는 차가 들어갈 수 있다 " 고 대답을 해줬습니다.

그러고는 그 남자는 뚜벅뚜벅  나를 앞질러 걸어갔고 나는 쉬엄쉬엄 나대로 걸어 갔습니다.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잡 생각이 났습니다.

매일 산을 오르내리면서 거의 사람을 볼 수가 없고, 있어야 두 서너사람 정도.

그래서 약간은 무섭기 까지 한데.

’ 저 사람이 왜 내게 그런 엉뚱한 걸 물었을까? ’

’  혹시???...(무서운) ’

별별 생각을 하면서 오르고 있는데

저쪽에서 아까 그 남자가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내앞에 와서는

" 백암폭포가 어디에 있지요? " 하고 또 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폭포 있는 쪽을 가리키면서

" 폭포는 저쪽에 있는데 아저씨 발걸음이면 20 ~ 30 분쯤 걸릴 겁니다.

아주 잘 걷네요. "

했더니 , 한다는 말이

" 나, 때밀입니다.

손님들이 기다릴 것 같아 내려가야겠습니다. "

나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자기 입으로 ’ 때밀이 ’ 라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던 이 남자가

이토록 해맑을 수가.....

그러고 보니 억양이나 말투가 약간은.....

돈 벌러 온 조선족일까....

아무튼 오랜만에, 참 오랫만에 때 묻지않은, 순박한, 옛날 고향 사람같은 사람을 만난 기분이랄까....

참 기분이 묘합니다. 

 
 
  박영하이야기   |  박영하   |  가족공간   |  삶의여유   |  즐거운인생   |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