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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15.  <그냥보십시오> 무우 서리 | 박영하 | 출처 : - 2023-11-18 오전 8:01:24
 

수원 골프장에서의 일이다.

마지막홀에서 티샷들을 끝내고 걸어 내려 오는데 이사장이란 친구가

페어웨이 옆에 붙어 있는 무우밭에 들어 가는 게 아닌가.

무심결에 지켜봤더니 익숙한 쏨씨로 무우 한 뿌리를 낚아 체더니

이파리를 몽땅 잘라버리고 흙을 쓱~쓱~ 닦드니만 골프 가방에 넣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 마누라에게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OO , 무우 참 좋아하나 봐.

글쎄 골프장 무우밭에서 발로 툭툭 차며 고르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무우를 하나 뽑아 흙을 털고 무우청을 따내는 쏨씨가 일품이더라.

오늘 저녁에 깎아 먹겠제?”

난 사실 그땐 이사장이 무우맛을 아는 ‘멋쟁이’정도로 생각했다.


그후 일주일 쯤 지났을까, 집 뒷산을 올랐다 내려 오는데

산기슭에 올망 졸망하게 자리잡고 있는 손뼘데기밭들 한켠에 눈길을 끄는 팻말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내용인 즉슨,

한 철 내내 정성들여 가꿔놓은 무우를

한톨도 남겨 놓지 않고 모두 뽑아가버린 몹쓸 도씨--그는 그래도 도둑놈이라고 하지는 않았다--에게

항변하는 내용이었다.

섭섭함, 원망스러움, 그 뒤에 감춰진 저주.

뽑힌 무우옆자리에 남아 있는 배추가 30여 포기였으니 무우도 아마 그쯤이 아니었겠나 싶다.

그 집에서는 올해 김장을 맛있게 담기위해 한철 내내 식구들이 얼마나 정성을 드렸겠는가.

한톨도 남기지 않고 다 케가 버렸으니...

괬심한 지고..


옛날 우리의 풍습중에 ‘참외 서리’ ‘콩 서리’ ‘닭 서리’ 라는 게 있었다.

`그냥 장난으로, 그러나 심하지 않게’ 라는 전제가 있었을 것 같다.

내 친구 이OO 는 ‘무우 서리’를 한 것 같은데

글쎄 두번쩨 이야기는 역시 ‘도씨’렸다 ?


무우 한개나 30개나 돈으로 친다면야 그게 그것일테지만.

막상 들여 다 보면 하늘과 땅 만큼이나 다르다.


이런 일들이 요즘 이세상에 왜 이리 많은 지

답답하다 못해 걱정스럽다.

들여 다 보면 훤히 알 수 있는 일들을

정말 모르는지, 모르는 체 하는지.....

잿밥에만 마음들을 쏟고 있고.


한심한 지고.

괬심한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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