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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80.  <그냥보십시오> 불평등해야 발전한다 | 박영하 | 출처 : - 2024-04-18 오전 7:27:20
 

사람들은 세상이 평등하기를 바란다.

절대적인 평등은 아니더라도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모두들 남보다 뛰어나기를 바라지만,  실제 마음속에서는 자신이 ’평균’에 해당한다는 점에 안도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평가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아주 부자에서 가난한 사람의 넓은 범위에 퍼져 있다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이렇게 평등한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근저에는,  세상의 모든 일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평균을 중심으로 균형 있게 분포하고 있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키 순으로 세우면 아주 큰 사람은 소수이고 키가 평균을 향해 가면 그 수는 점점 늘어난다.

그러다 평균을 지나고 나면 수가 줄어 키가 아주 작은 사람은 다시 소수일 것이다.

이것이 소위 ’정규분포’라고 부르는 좌우 대칭의 종 모양의 곡선이다.

자연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분포다.

해서,  여러 가지 정책이나 규칙을 정할 때 이 평균에 맞추어 진행하면 공정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데 과연 모든 세상일이 이와 같이 정규분포를 이루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정규분포의 평균에 맞춘 정책들이 가장 효과적일까?


경영학에서는 ’파레토 법칙’, 즉 상위 20%의 사람들이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개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자본주의의 불평등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는 이것이 사회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법칙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결과에 따르면

아주 높은 연결성을 보이는 소수와 낮은 연결의 다수로 구성되어 있는 시스템이 더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는 ’역함수 분포’라고 부르는 것으로 ’정규분포’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과학계도 엄청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소수 연구자와 결과가 거의 없는 대다수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축구 리그의 선수 구성을 보면 많은 골을 넣는 소수의 선수와 시즌 내내 한골도 못 넣는 압도적 다수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불평등일까?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시스템을 경쟁 속에서 계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이 소수의 뛰어난 조직이나 개인에게 자원을 집중해서 지원해야 한다.

더욱더 불평등해지게 말이다.

특혜를 주지 않더라도 이들의 일을 방해하는 정책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더 많은 자원이 집중되고 더 많은 결과물이 생성된다.

특히 과학, 예술과 같이 고도의 훈련을 통해 결과물을 얻는 분야에서는 이것이 발전의 최대 전략이다.

최근에는 ’롱테일’ 이론이라는 것이 나와서,  다수를 차지하는 미약한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일부 시장에서나 발견되는 것이지 일반적인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이렇게 선택된 소수에 대한 집중만 얘기하면 세상이 무슨 강자만 살아남는 정글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앞서 말한 주장과 정반대로 생각해야 할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의 초록색 신호가 켜지는 시간을 정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일 횡단보도 신호를 사람들의 평균 보행속도에 맞추어 놓는다면 아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위험한 경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또 의무교육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평균과 그 이상의 학생들만 대상으로 수월성만을 목표로 한 교육을 실시한다면 절반에 가까운 많은 학생이 교과를 따라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부문에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초로 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이것이 인간의 모습을 한 자본주의의 강점이다.


문제는 ’ 불평등한 발전 ’ 이 필요한 부분에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과학계와 고등교육기관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을은 낙엽의 계절뿐 아니라 한국의 과학자들이 욕을 먹는 계절이다.

왜 노벨상 후보에도 못 오르느냐고 비난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왜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곳들이 세계 100위권에 겨우 진입했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받기도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비난과 변명은 충분히 논의된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중 하나는 한국의 과학계와 대학이 ’ 평등 ’ 이니  ’ 균형발전 ’ 이니 하는 단어에 숨어서 평균이나 하면서 살아가려고 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대학 박사 출신들이 그렇게 많고 미국 대학 시스템을 답습하면서도, 모든 학과의 교수 월급이 똑같은 점,

일년에 논문을 수십편씩 발표하는 사람이나 수년에 한 편 발표하는 사람이나 강의해야 할 부담이 똑같은 점,

학생이 없어서 기자재에 먼지가 쌓이는 대학이나 입학하려고 박이 터지는 대학이나 구분없이 정원과 입학 정책을 정부가 쥐고 균등발전을 말하는 점 등이 지금 우리 대학의 모습이다.

이제는 그냥 열심히 함으로써 성공을 이루는 시대는 지나갔다.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그 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소수가 누구인지를 규명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자원과 자율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강호정 / 연세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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