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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42.  <그냥보십시오> 푸나무들도 和而不同 하는데 | 박영하 | 출처 : - 2024-05-07 오전 7:08:36
 

찾아 오른 앞산에는 온갖 푸나무들이 잘도 어울려 자라고 있다.


푸나무의 종류와 크기와 잎새들의 생김새와 초록의 색도는 엄청 달라도,

산자락은 온통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풋풋하고 시원스런 녹음이라서,

다름 아닌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푸나무들의 세계에도 제 생존과 번영에 유리한 조건을 쟁취하려는 다툼이 분명 치열할 게다.


가지들은 서로 엉키면서도, 어긋나는 자리로 서로 비켜주고 비켜 받으며 사이좋게 자라고 있어,

왠지 사람들보다 덜 싸우며, 제 몸과 가지들을 구부리고 휘어 가며 자라는 모습이,

서로가 조금씩 비켜주고 비켜 받는 양보와 화해의 모습 같아 보인다.


우리는 왜 이 푸나무의 가지와 잎새들처럼 서로에게 조금만 비켜주고 비켜 받느라,

자기 생각을 조금씩 구부려주고 휘어주지 못할까?

자기 감정의 칼날만 예리하게 벼리어 서로를 겨누듯, 상대방에게만 비키라고 하는 건 아닐까?


여러 민족이 여러 언어를 사용하며 사는 나라들도 사회 문제를 잘 풀어가는데,

우리는 왜 이리도 지칠 대로 지치며 여기까지 와야 했는가?

왜 이 산자락의 푸나무들만도 못할까?


유대인들은 만장일치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

우연히라도 만장일치가 되면, 몇 사람이 자진하여 자기 의견을 바꾸어, 다수결로 만든다고 한다.

그만치 생각은 서로 다르고, 달라야 정직하다고 인정한단다.

두세 식구들의 생각도 서로 다른데, 온갖 배경의 서로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다르다는 바로 그 점이 자기를 성찰하게 하며, 다양성과 다채로움으로 다원적 사회를 이룬다는 것을 잘 알면서 말이다.


늦었지만 우리도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존중해가며,

공익을 위해 먼저 조금씩 구부리고 휘어주는 양보로 화이부동하였으면….

‘ 화합하되 같아지지 않는 ’ 군자(君子)되기는 물론 어렵겠지만,

군자란 바로 오늘의 지성인들이라면 달리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교육수준이 높아진 만큼 지성인들도 많을 텐데, 우리 행동은 과연 지성적일까?

지금, 우리는 소인배처럼 동이불화(同而不和)의 대결로 치닫기만 하는 건 아닐까?

애써 지금의 우리 사회는 에너지가 넘친다고 좋게 보고 싶어하다가도,

아무래도 아까운 에너지를 낭비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계는 서로들 발전에 온 힘을 쏟는데, 우리만 기운을 소모하는 건 아닐까?


                          유안진 / 시인 · 서울대교수 아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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