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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내리던 어느 날,
외출했다 들어온 집사람이 현관을 들어서면서 들떤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버스를 내려 비를 맞고 걸어오는데, 초등학교 2 ~ 3학년쯤 되는 소년이 다가오드니만
" 할머니, 비 오는데 우산 같이 받으시지요." 하드랍니다.
집사람이 감복, 탄복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놀라움과 칭찬을 내게 늘어놓았습니다.
내가 들어봐도 신통하고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 요즘 애들은 철이 없다, 버릇이 없다 ’ 고 개탄들을 하고 있는데
이런 철 들고 예의 바른 어린이가 있다니....
하기사 철 없고 버릇 없는 아이들 보다는, 철 들고 예의 바른 이런 아이들이 더 많겠지요.
아무튼 기쁜 소식이고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이 있고 며칠후, 점심 모임이 있어 역삼동 전철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마침 내 옆에서 비를 맞고 걸어가는 여자분이 계셨습니다.
며칠전 학생 이야기 생각이 나기도 해서,
내가 그 여인에게 우산을 받쳐주며 ’ 함께 쓰고 가자 ’ 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인, ’ 괜찮다 ’ 며 약간은 시컨둥해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벌써 우산을 그 여인 머리 위로 받쳐들었고.
해서, 그냥 그대로 받쳐들고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 발걸음이 왜 그렇게도 빠르던지요.
내가 따라 걷기가 힘들 정도로 빨리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여인이 내게
" 아저씨 - 호칭이 생각 나지 않습니다 -, 저 때문에 옷이 젖습니다."
고 하더니 쏜살같이 내뺐습니다.
나는 어이가 없었고 그때의 내 심정은 허탈하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황당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내가 주책스러웠다고 해야할지.......
몇년 전의 일이 생각납니다.
근육에 힘이 좀 붙어있어야 노년에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들어,
동네 헬스클럽엘 나가기 시작했을 무렵.
그 무렵이었습니다.
나 하고 같은 시간 대에 운동을 하던 젊은 여자분이 있었는데 첫 눈에 운동선수 같이 보였습니다.
<장미란> 을 연상케 했습니다.
기구를 들고 운동하는 솜씨가 여늬 아마츄어들과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내가 말을 걸었습니다.
"무슨 운동을 하셨습니까?"
속셈은 그녀에게서 지도와 조언을 좀 받아볼까 해서 였습니다.
그랬는데 내 바로 옆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말을 못 들었을 리가 없는데도
전혀 대꾸나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어찌나 무안 하던지요.
그후로는 그녀 근처엘 가지 않았습니다.
섭섭하기도 했고 괬심한 생각이 들어서.
나이 들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겪다 보니 이제사 깨닫습니다.
<호의를 베푸는 것도, 덕담을 건네는 것도, 다 때와 장소 그리고 상대방을 가려서 해야한다>는 것을.
나이가 드니 살기가, 살아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젊은 시절에는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도, 모르고도 잘(?) 살았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들면 들수록, 나이 든 만큼, 핸디캪을 더 떠 안고 살아가야만 하니....
세월이 야속한가, 내가 주책스러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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