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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술 한 번 먹으면 며칠씩 간다.
컨디션도 되찾을 겸 어제 비가 와서 꽃가루도 덜 날릴 것 같아
아침을 먹고는 수리산엘 올랐다.
약수터로 들어서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최병인사장과 강현준사장이다.
오늘(5월13일) LS전선 동우회(퇴직자 모임) 산행이란다.
최사장이 회장이라고 맨먼저 나와서 일행들을 맞이하고 있는 거다.
’자리를 함께 해달라’는데 술 걱정이 앞선다.
(오늘 또 휩쓸리면 술께나 마셔야 하는데....)
사양을 하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러는 게 도리가 아니다 싶었다.
그옛날 젊은 시절 안양공장에서 동고동락을 하던 우리들이 아닌가,
자리를 만들진 못하더라도 알고서 빠진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먼저 산에 오르고 나중에 점심할 때 자리를 함께 하자"고 약속을 하고 산을 올랐다.
약속 장소인 태을봉 기슭으로 가니 벌써 술이 몇순배 돌고 있었다.
오산에서 갖고 왔다는 약주 맛이 기찼다.
그보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얼굴들이 더욱 기분을 들뜨게 했으니....
이춘석
금년에 일흔 아홉이라나 여섯이라나...
아직도 정정하다.
내가 주임시절(말이 주임이지 신입사원이었다) "방영하" "방영하"라고 격의없이 불러
서로 말을 터고 지내던 우리 사이다.
급하거나 중요한 제품을 뽑을 때, 부탁하면 칼같이 납기를 지켜주던 분이다.
우명섭
내가 신입사원으로 들어갔을 때 직장을 했으니 올해 나이가 얼마인지...(모르겠다)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미남이다.
본 적은 없지만 이름 난 춤꾼이라나...
이석화
술병을 들고는 "박영하 ! 한잔 해 !"하고 호통을 친다.
그옛날 회사의 궂은 일은 이석화 몫이었는데..
그 이석화가 반갑다고 나에게 말을 놓고 눈웃음을 친다.
아무렴 그땐 그때고 지금은 계급이 아니고 군번순이잖아..
이석화 동생 석구도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그럴만하지..
그리고 이얼굴 저친구
술잔을 주고 받고 부비대고...
처음엔 홀짝홀짝 마셨는데
언제 둑이 터졌는지, 그래서 취했는지...
산을 내려와 어떤 집에 들려 맥주로 입가심을 하던 기억은 있다.
그러다가 엉뚱한, 정말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눈 앞에, 창 건너편으로 보이는 저 광경.
<콜라택>이라는 곳이란다.
내가 거기에 와있는 것이다.
난생 처음이다.
옛날에 캬바레에는 몇번 가 본 일은 있다.
똑 같다.
넓은 홀에 수십쌍이 돌고 있다.
나를 데리고 간 친구들은 춤도사 이춘석과 우명섭 강현준이었다.
그들은 40년전 안양 "마선생"집을 드나들던 마선생의 제자들이다.
테이블에 앉아 멍하니 구경을 하고 있는데 종업원이 와서 소개를 시켜주겠단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술집에서 술먹고는 춤을 춰봤지만
저렇게 넓은 홀에서 숙녀를 상대로 춤을 추라니...
술이 확 깼다.
소변 보러가는 척하고 거길 나와서 조용히 집으로 왔다.
집사람은 링겔주사 놓는 아줌마를 불러 주사를 맞고 있었다.
감기 몸살이라나...
그런 사람에게 내가 이야기 했다는데......
"여보, 우리 스포츠댄스나 배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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